피로회복에 최고인 ‘전복죽’
고성 아바라운지
샴페인 곁들여 바다가 노니는 맛
①강원 고성 아바라운지
우리나라 동해안 최북단 강원 고성. 청정지역 고성 아야진 항구에는 작은 식당이 하나 있다. 저녁에는 와인 앤드 다인으로, 아침에는 해장으로 전복죽 단일 메뉴를 내는 ‘아바라운지’. 아바라운지 대표의 어머니는 우리나라 최초 격인 죽 전문점, 1970년대부터 30여년간 충무로를 주름잡은 ‘송죽’을 운영하셨다고 한다. 일본인 관광객은 물론 모 대통령도 단골일 정도로 위세를 떨쳤던 송죽의 메인 메뉴 전복죽을 발판 삼아 고성에서 재현했고, 업그레이드했다.
그 시절보다 1.5배 큰 전복을 사용했고, 내장은 따로 완도에서 공수해 진하게 갈아 낸다. 여기에 아바라운지 특유의 플레이팅과 감성이 녹아들어가 세련미를 더했다. 아바라운지 전복죽은 특제 육수를 베이스로 만들어 더욱 깊은 맛을 낸다. 김치는 설악산 밑에서 만드는 유명 김치를 수소문해 가져다 쓰고, 매실장아찌와 청어알젓은 직접 만든다. 톡톡 터지는 청어알과 구수한 전복죽을 입안 가득 오물오물 먹다가 상콤 새콤한 매실장아찌로 한 입 한 입을 채워 나가면 청정 고성의 앞바다가 입안에서 노니는 듯, 든든하면서도 개운하다.
아바라운지의 하이라이트는 아침에도 누릴 수 있는 모닝 샴페인 페어링. 글라스 단위로 샴페인을 전복죽과 먹을 수 있다. 산뜻한 아침의 공기와도 잘 어울리는, 완벽한 마리아주(결합)다.
부산 바다마루
②부산 해운대 바다마루 전복죽
해운대에 놀러온 관광객들의 아침을 든든히 책임지는 곳. 해운대의 가장 안쪽 미포 입구에 위치한 ‘바다마루 전복죽’. 가게 근처에만 가도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진동한다.
사랑스러운 전복죽 향기에 이끌리듯 들어가면 입구부터 수없이 펼쳐지는 사인들. 오랜 시간 사랑받은 증거들이 수두룩하다. 깊은 그릇에 폭 담긴 고운 파스텔톤의 전복죽 중앙에는 수줍게 올라 있는 깨소금이 옹기종기 모여서 고소함을 더한다. 그릇이 깊어 죽이 잘 식지 않아 먹는 내내 뜨끈하게 보양하는 기분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죽을 수저로 한술 크게 뜨면 곧바로 큼직한 전복살이 불쑥불쑥 고개를 내민다. 커팅된 전복 크기에서마저 오랜 전복죽 전문점을 운영한 노하우가 느껴진다. 반찬으로 나오는 진미채는 바다마루 전복죽의 또 다른 킥(kick)이다. 고운 죽에 윤기가 좌르르 도는 빠알간 진미채를 하나 올려 먹으면 속이 화르르 풀리는 기분이다.
제주 선채향
③제주 선채향
멀리 산방산이 보이는 제주 사계리, 전복죽과 전복칼국수가 유명한 제주 선채향은 역대급 전복죽 색감을 자랑한다. 풀빛을 넘어 전복 내장 본연의 진녹색에 가깝기 때문이다. 맛도 보이는 그림 이상으로 진하다.
한 수저 입에 밀어 넣으면 걸쭉하기가 그야말로 머드팩을 입안에 칠하는 느낌이다. 진하다는 말은 비로소 이럴 때 써야 한다. 이런 빛깔을 내기까지 어마어마한 양의 전복 내장을 썼겠지만 전혀 비리지 않다. 묵직하면서 녹진하고, 꾸덕하다. 깊고 고소한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운다. 죽의 임팩트가 워낙 커서 숭덩숭덩 큼직하게 썰어 들어간 전복이 오히려 조연이 되는 느낌이다. 반찬으로 나오는 오징어 젓갈을 한 점 올려 먹으면 환상적인 조합에 입가에 웃음이 피어오른다. 긴 대기줄에 전복죽이 영업시간 전에 자주 품절되니 오전 일찍 찾는 게 좋다.
푸드칼럼니스트
2022-11-25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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