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위해성 의심 생물종도 관리 ‘생물다양성법 개정안’ 국회 계류 중

[커버스토리] 위해성 의심 생물종도 관리 ‘생물다양성법 개정안’ 국회 계류 중

오경진 기자
오경진 기자
입력 2018-06-22 22:40
수정 2018-06-22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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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 위해성 확인 생물만 관리… 급증 외래 생물 유입 대응에 한계

애완 거북의 대명사로 귀여움을 독차지했던 ‘붉은귀거북’이 자연으로 퍼지자 서식지를 독차지했다. 토착종인 ‘남생이’를 압도적인 크기와 힘으로 쫓아버린 것. 터전을 잃은 남생이는 현재 멸종 위기 야생 생물로 지정됐다. 환경부는 뒤늦게 붉은귀거북을 생태계 교란종으로 관리하고 있다.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붉은귀거북을 차단하자 ‘풍선 효과’로 유사종인 레드밸리, 리버쿠터의 국내 반입이 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자연에 방사됐을 때 붉은귀거북처럼 생태계를 교란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현행 ‘생물다양성법’에는 위해성이 확인된 생물만 생태계 교란종이나 위해 우려종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매우 제한적이어서 급증하는 외래 생물 유입 속도와 다양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해성이 확인되지 않은 종이라도 위해성 평가를 통해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이런 내용을 담은 ‘생물다양성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위해성이 의심되거나 확인되지 않은 생물종도 수입할 때 관리 대상에 포함하는 게 개정안의 핵심이다. 기존 관리종과 생태 특성이 유사한 근연종이나 중국과 일본 등에서 관리 대상에 포함된 생물을 ‘유입주의 생물’(1000여종)로 지정하는 것이다. 법안에 따르면 이미 국내 유입된 외래종뿐 아니라 유입주의 생물도 모두 위해성 평가를 거치도록 한다. 등검은말벌 사례처럼 위해성이 확인된 생물만 ‘위해 우려종’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현행 제도의 맹점을 보완했다. 평가를 통해 위해성이 높으면 바로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한다. 반입을 금지하거나 반입하려면 방출 우려가 없는 곳에서 연구 목적으로 활용할 계획임을 입증해야 한다. 다만 해당 종에 대한 위해성 평가는 행정 비효율과 민원인의 불편을 감안해 처음 수입할 때 한 번만 시행한다.

위해성이 높지 않아도 특정 생물이나 지역 생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생물은 ‘생태계 위해 우려 생물’로 관리한다. 유입뿐 아니라 유입 이후에도 생태계 유출을 막을 수 있다. 윤익준 부경대 법학연구소 전임연구교수는 “유입주의 생물 제도는 효과적이고 포괄적으로 외래종을 관리할 수 있다”며 “법이 개정되면 관련 인력의 수요도 커지는 만큼 전문인력을 지속적으로 양성할 수 있는 방안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2018-06-2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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