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네팔 거주 문광진 선교사
“더이상의 치명적인 여진은 없을 것 같습니다만, 지진 이후 필연적으로 닥칠 전염병 등 2차 피해에 너무 무방비 상태라는 게 걱정입니다.”문광진 선교사
문 선교사는 “네팔은 브라질에 이어 세계 2위의 수자원 보유국이지만 치수 기술과 문화는 조악한 수준”이라면서 “카트만두를 제외한 지방에서는 논에 대는 물과 가축 분뇨가 녹아내린 물, 씻는 물과 먹는 물이 사실상 똑같다”고 설명했다. 산악지역 곳곳의 수습되지 않은 시신이 부패하기 시작하면 저지대에 사는 주민의 식수원이 오염될 것이라는 얘기다.
“지금도 젖은 잔해더미 위를 맨발로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부모가 말리지 않고 있어요. 평시에도 전염병이 돌면 1000여명 사는 산간마을에서 100여명이 죽어 나갈 만큼 의료나 방역 인프라가 취악합니다. 앞으로 산간 지역에 위치한 20여개 군(마을)이 큰 걱정이네요.”
문 선교사는 지난 16년 동안 네팔의 75개 군 중 안 가본 곳이 없다. 그는 “2차 피해 외에 ‘유령마을’이 곳곳에 생길 것 같아 걱정된다”고 했다. “ 국가의 주요 기능이 카트만두에 집중돼 도시 외곽이나 산간에는 10~20가구만 남은 마을들이 허다하다”면서 “몇 안 되는 주민이 전부 숨진 마을도 많을 텐데 사고 소식을 전할 사람이 없어 집계조차 안 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 소요 사태가 일어났다고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당혹스러울 정도로 착합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 이쯤되면 벌써 사재기, 약탈, 폭동이 일어났을 텐데 십수 년을 살아온 저조차 믿기 어려울 정도로 평온하게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어요.”
카트만두(네팔) 김민석 특파원 shiho@seoul.co.kr
2015-05-0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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