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씻을 수 없는 슬픔 끝나지 않는 악몽

[커버스토리] 씻을 수 없는 슬픔 끝나지 않는 악몽

입력 2015-05-02 00:02
수정 2015-05-02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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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특파원 카트만두 르포] 대지진 참사 일주일… 네팔 아직도 여진 공포

‘쿵’ 소리와 함께 3층짜리 건물이 흔들렸다. 개들도 공포를 느낀 걸까. 일제히 짖어댔다.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떴다. 시계를 보니 1일 새벽 3시(현지시간). 곳곳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게스트하우스 아래층에서 사람들이 다급하게 뛰어다니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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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대지진 공식 사망자가 6100명을 넘어선 가운데 1일 임시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는 카트만두 주민이 컵에 담긴 물로 얼굴을 씻고 있다.  카트만두(네팔)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네팔 대지진 공식 사망자가 6100명을 넘어선 가운데 1일 임시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는 카트만두 주민이 컵에 담긴 물로 얼굴을 씻고 있다.
카트만두(네팔)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김 기자! 얼른 일어나세요. 여진입니다!”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의 백성욱 간사가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순식간에 잠이 달아났다. 두려움을 느낄 틈도 없었다. 방에서 뭘 챙겨 가지고 나가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스마트폰이 떠올랐지만 어디에 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래층에서 “빨리 내려오라”고 재촉하는 소리가 들렸다. 입던 옷 그대로 슬리퍼만 신고 맨손으로 뛰어내려 갔다.

백 간사는 “‘쿵’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좌우 방향으로 2~3회 심하게 흔들렸다”면서 “인근 주민들이 소리를 지르며 밖으로 뛰어나오는 걸 보고 대피해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같은 건물에 머물던 기아대책의 박재범 구호팀장과 일행들도 밖에 나와 있었다. 박 팀장은 “침대에서 위로 튕겨지는 듯한 진동을 느꼈다”면서 “지난달 28일에 있었던 규모 4.0의 여진보다 훨씬 강했다”고 설명했다.

10여분 뒤 마을에 켜졌던 전등이 하나둘 꺼졌다. 웅성거리던 소리도 잦아들었다. 한국 구호팀 일행도 추가 위험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해 다시 잠을 청했다. 개들은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지 아침까지 짖어댔다. 지난달 25일 이후 네팔 사람들에게 일상이 된 공포는 그렇게 지나갔다. 날이 밝은 뒤 건물 붕괴 등 추가 피해는 파악되지 않았다. 이날 여진은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랄릿푸르 지역은 물론 카트만두 전역에서 감지됐다.

한편 이번 대지진의 사망자가 1만 5000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30일 네팔 정부는 공식 인명 피해를 사망 6130명, 부상 1만 3827명으로 집계했다. 구조 작업을 총괄하는 가우라브 라나 네팔 육군사령관은 “1만명에서 1만 5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전염병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shiho@seoul.co.kr
2015-05-0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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