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가습기 살균제와 인체 폐 손상과의 인과관계가 밝혀졌다. 그러나 제조사 측은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가족들에게는 사과를 하면서도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26일에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에 대한 은폐 및 실험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A제조사는 해당 폐 손상의 원인이 봄철 황사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의견서와 2012년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를 반박하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A제조사는 가습기 자체에서 번식한 세균이 폐 손상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주장을 의견서와 함께 제시했고, 검찰은 이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검찰은 A제조사가 자사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을 감추기 위해 서울대 연구팀, 호서대 연구팀에 의뢰한 실험결과 중에 유리한 내용만 인용하거나 왜곡했는지 여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앞서 A제조사 측의 반박주장 및 의견서 내용을 요목조목 탄핵함으로써 손해배상소송에서 성공적인 합의를 이끌어낸 사례가 있었다. 해당 사례의 법무법인 바른의 윤경 변호사와 백창원 변호사는 “제조사 측은 해당 폐질환이 레지오넬라균 때문이라고 주장하나 살균제 특성상 그런 균 자체가 발생할 수도 없고 균이 살아남기도 힘들다”고 강조했다.
윤 변호사는 “제조사 측은 당시 손해배상소송에서 해당 사건이 2011년에 발생한 것이 의심스럽다고 주장했지만 이 또한 여러 연구논문을 통해 그 이전에도 원인불명의 중증폐질환 사망사건이 824명이나 있었기 때문에 잘못된 주장임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백 변호사 또한 “제조사측의 일련의 주장은 질병관리본부와 의료계의 연구결과 등의 실험방법의 조건 등에 대해 추상적으로 딴지걸기를 하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질병관리본부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여 실험조건, 환경 등을 엄격한 조건에 의해 실시하여 해당 발병 원인의 90%가 가습기살균제의 독보적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린 상황”이라고 밝혔다.
제조사 측의 주장들을 일일이 탄핵하고 반박한 결과, 담당 변호사들은 피해자 55명을 대리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수십억 원대의 합의 결과를 도출해냈다.
한편 형사재판에서 제조사 측의 미필적 고의 살인죄 처벌이 가능한가에 대해 윤 변호사는 “현재까지 확보된 검찰의 증거만으로 미필적 고의 살인죄로 의율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제조사가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제조했다는 증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며 지금까지로 봐서는 업무상과실치사로 기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미필적 고의 살인죄’란 자신의 어떤 행위로 인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지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러 사람이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을 말하고, ‘업무상과실치사’는 업무상 필요한 주의를 게을리 해서 사람이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을 말한다.
최근에는 가습기살균제 3, 4등급 피해자들 가운데서도 사망자가 나오고 있어 그들의 손해배상소송 승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또한, 환경부에서도 5월부터 추가 피해자들을 접수하기로 발표한바 있다. 접수 및 조사 신청을 원하는 피해자들은 신청서와 함께 신분증 사본, 진료기록부, 엑스레이, CT 등 의료기관 진단 자료 등을 준비해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제출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기술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