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지만 괜찮아?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함혜리 기자
입력 2016-03-18 23:06
수정 2016-03-19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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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혁명으로 ‘포스트휴먼’ 도래

사이보그 시티즌/크리스 그레이 지음/석기용 옮김/김영사/424쪽/1만 6800원

감정의 흔들림도 없고 엄청난 능력을 지닌 인공지능 ‘알파고’와 인간 바둑 최고수 이세돌 9단의 역사적인 대국은 수많은 화제와 함께 인류의 미래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구글 딥마인드팀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할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지만 인간이 기계인간에게 조종당하고,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비관론도 제기된다.

‘사이보그 시티즌’은 끝없이 진화하는 과학기술 혁명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주목한다. 사이버문화전문가인 저자 크리스 그레이는 “사이보그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인간의 정의도 달라진다”면서 사이보그의 정의를 내리는 것으로 책을 시작한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아는 일반적인 사이보그를 넘어 예방접종을 하거나 인공 장기나 보철을 한 사람까지 모두 사이보그라고 정의한다. 저자는 이런 정의 아래 ‘나’라는 개인의 문제부터 성과 가족의 탄생까지 사이보그화가 우리 인류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훑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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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사이보그 과학기술이 몰고 온 ‘포스트휴먼’ 시대의 사이보그 정치학을 우선 거론한다. 선과 악이 다스리던 이분법의 시대를 넘어 다종다양한 사이보그의 시대에 인간의 가치를 결정할 것은 바로 정치이기 때문이다. 사이보그화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사회의 다른 측면들을 변모시킨다. 저자는 “사이보그 과학기술은 해저, 극지를 가릴 것 없이 지구 구석구석을 인간의 식민지로 만들 것”이라며 “이것은 환경문제, 국경선 그리고 자기결정권과 같은 심오한 정치적 함의들을 만들어내고, 이 새로운 공간들은 새로운 유형의 시민권 개념을 만들 것”이라고 예견한다.

책은 사이보그화가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정리한다. 사이보그 기술은 의학분야에서 가장 빛을 발한다. 인공 안구, 인공 신장 등 인공 장기에 의한 의학적 개조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고 기술은 인간의 생식까지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윤리성의 문제다. 사이보그 자궁으로 태아를 잉태하는 문제, 대리모, 남성출산 등 기술로 매개된 가족의 문제와 성전환 등의 젠더 문제, 미래의 섹스, 노동과 스포츠도 언급하며 이에 대한 윤리적 문제들을 심도 있게 논의한다. 책은 더 나아가 과학이 나아갈 미래와 방향도 모색한다. 저자는 “사이보그 기술과학으로 이전에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던 획일성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지며 전체주의는 두려운 악몽으로 변한다”며 “유일한 대안은 사이보그 시민권이 다양한 형태로 확산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6-03-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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