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길영 충남대 교수, 페이스북서 주장
표절 의혹을 받는 소설가 신경숙의 단편 ‘전설’이 실린 단행본을 출간한 출판사 창비가 계간 ‘창작과 비평’ 편집인인 백낙청 문학평론가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오길영 충남대 영문과 교수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백낙청 체제에서 백낙청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자기의 고유한 비평적·이론적 영토를 개척한 비평가나 이론가를 (적어도 나는) 발견하지 못했다”며 “신경숙 사태는 창비의 백낙청 체제 50년이 새로운 단계로 이행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징후”라고 주장했다.
창비의 역사는 1966년 1월 백 편집인 등의 주도로 창간한 계간 문예지 ‘창작과 비평’에서 시작한다.
1974년부터 본격적인 단행본 출판 시대에 들어간 창비는 이후 문학과 인문·교양서적은 물론 청소년·아동문학 분야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출판사로 성장했다. 백씨는 현재까지 ‘창작과 비평’의 편집인으로 있으면서 사실상 창비의 대표 인물로 불린다.
오 교수는 이에 대해 “지금 창비가 지닌 문제는, 창비 안에 감히 백낙청의 비평적 입장과 견해를 거스르려는 목소리가 매우 적거나, 심지어 없는 데서 발생한다고 판단한다”고 꼬집었다.
오 교수는 “과연 백낙청이 신경숙 작품의 가치를 그간 줄곧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면 창비의 납득할 수 없는 해명이 나올 수 있었을까”라며 “백낙청이 이번 출판사의 해명에 관여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겠으나, 그 직접적 관여 여부와는 별개로 ‘백낙청 체제’의 어떤 측면과 이번 해명이 관련된다는 판단이 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를 포함한 적지 않은 외부인에게 창비가 이런 인상을 주고 있다면, 그리고 그런 판단이 아주 뜬금없는 게 아니라면 창비는 이런 지적을 아프게 새겨야 한다”며 “창비의 중요한 ‘상품’을 지키는 게 문제가 아니라 한국문학의 거점 역할을 해왔던 창비가 앞으로의 새로운 50년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뭔가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조언으로 새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창비는 백낙청이 50년 전 창비를 창간하면서 표명했듯이 ‘새로운 창작과 비평의 자세’를 다시 모색해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이번 신경숙 파문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는 중요한 시험대”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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