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전 신경숙 표절 제기 정문순 “상식으로 판단할 수 있어”

15년전 신경숙 표절 제기 정문순 “상식으로 판단할 수 있어”

입력 2015-06-18 21:22
수정 2015-06-18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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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의 단편 ‘전설’이 실린 단행본을 출판한 창비가 “일부 문장들에 대해 표절의 혐의를 충분히 제기할 법하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도 작품 전반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과 다르다고 밝힌 데 대해 15년 전에 같은 작품의 표절 의혹을 제기한 문학평론가 정문순이 재차 반박했다.

정 평론가는 1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전설’의 핵심 줄거리와 역순적 구성, 또 작품 내 10여 군데 구절이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과 유사하다”며 ‘전설’의 모티브 자체가 ‘우국’에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두 작품의 유사성을 비교하기 어렵고, 유사한 점은 신혼부부가 등장한다는 것 정도라고 한 창비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창비는 지난 17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선남선녀의 결혼과 신혼 때 벌어질 수 있는, 성애에 눈뜨는 장면 묘사는 일상적인 소재인데다가 작품 전체를 좌우할 독창적인 묘사도 아니다”라고 표절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창비는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강일우 대표 명의의 사과문에서도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과 신경숙의 ‘전설’이 내용과 구성에서 매우 다른 작품이라는 입장을 전하고자 한 것”이라며 작품 전체가 ‘우국’의 모티브를 따온 것은 아니라는 뜻을 밝혔다.

정 평론가는 이에 대해 “소재의 유사성은 표절 혐의를 부인하는 이들이 흔히 내세우는 변명”이라며 “창비는 구체적인 묘사 부분에서 ‘전설’이 ‘우국’과 매우 흡사하다는 점을 부인하고 있으며, 독창적 묘사가 아니라고 해서 표절이 아니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꼬집었다.

정 평론가는 이어 “창비는 신경숙이 ‘우국’을 읽지 않았으면 과연 ‘전설’을 쓸 수 있었을까 스스로 물어보기 바란다”며 “표절 판정은 전문적인 영역이 아니라 상식적인 눈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려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응준 소설가가 의혹을 제기한 구체적인 문장이 작품 내 비중이 작다고 해서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보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다”며 “한 방울이라도 거짓은 거짓”이라고 강조했다.

정 평론가는 “창비가 표절 작가와 신경숙의 표절 혐의를 옹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이는 독자를 우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평론가는 2000년 ‘문예중앙’ 가을호에 발표한 비평 ‘통념의 내면화, 자기 위안의 글쓰기’에서 신경숙의 작품 세계를 비판하고 그의 단편 ‘전설’이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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