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순 평론가 신경숙 비평 “가벼운 문학 청산해야”

정문순 평론가 신경숙 비평 “가벼운 문학 청산해야”

입력 2015-06-18 22:51
수정 2015-06-18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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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공산을 점령하는 것은 아주 손쉬운 일이다. 90년대 문학이 80년대 민족문학 진영을 비판하는 일의 용이함이 그와 같았다.”

정문순 문학평론가는 2000년 ‘문예중앙’ 가을호에 발표한 비평 ‘통념의 내면화, 자기 위안의 글쓰기’를 90년대 문학의 ‘가벼움’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했다.

”신세대문학을 위시한 90년대 문학계가 전대 문학의 성과를, ‘한번쯤은 가질 수도 있었을’ 가치관으로 강등시켜 몰락을 판정해 버리는 것은 자신들의 문학적 토양을 몸소 황폐화시키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이들 문학이 새롭게 내세운 ‘가벼움’과 다양성이 실제로 가벼움과 헐거움으로 떨어진 것도 전 시대를 비판적으로 계승할 평형감각을 잃은 데 대한 자업자득이라고 볼 수 있다.”

정 평론가는 신경숙이 이런 9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라며 신씨가 80년대 민중가요, 민중문학이 사람을 ‘억압’했다고 인식하고 80년대를 억압의 시대로만 평가절하하는 단선적 세계관을 가졌다고 지적한다.

정 평론가는 “그동안의 평가는 신경숙 문학이 다양성이나 내면적 자의식을 말한다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졌지 그것들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지향하는지 따져보는 작업은 드물었다”며 “필자가 보기에 신경숙이 집착하는 자의식과 내면의 세계는 자신과의 치열한 고투에서 나온 산물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이어 “신경숙 문학의 정점이라고 일컬어지는 ‘외딴방’도 내면과 치열한 긴장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성숙해가는 자아를 나타낸다고 보기 힘들다”며 “시대와의 치열한 대결 의지가 없는 신경숙에게 사회는 한 인간의 영혼을 피폐하게 만드는 폭력의 실체이면서도 탐구해야 할 주제는 아니다”라고 비판한다.

그는 ‘외딴방’을 비롯해 ‘딸기밭’, ‘그는 언제 오는가’, ‘작별인사’ 등 신경숙의 장·단편을 구체적인 예로 들며 “신경숙의 소설은 무력감에 시달릴 평론계나 일부 독자들에게 소설의 공간에서나마 위로하겠다는 것 이상을 넘어서지 않아 보인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90년대 문단에 팽배한 환멸감이 아니고서야 신경숙 소설이 귀빈 대접을 받았을까라는 의문을 금할 수 없다”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신씨의 소설을 “상식과 통념을 강화하는 위로의 말”이라고 표현한 정 평론가는 조목조목 작품에 대한 분석과 비판을 이어간 뒤 후반부에서 표절 의혹을 제기한다.

’딸기밭’에 등장하는 편지글의 인용 출처를 밝히지 않은 것과 ‘작별인사’의 일부 표현이 마루야마 겐지의 ‘물의 가족’과 비슷하다는 논란, 박철화 문학평론가가 ‘기차는 7시에 떠나네’에 표절 의혹을 제기한 것 등을 나열하고 마지막엔 ‘전설’이 명백히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명백히 표절한 작품이라고 주장한다.

정 평론가는 “90년대 문학의 과오를 극복하지 않고는 문학은 독자들로부터 외면을 더욱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신경숙의 가벼운 문학의 청산 문제도 논의되어야 한다”고 글을 마무리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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