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휩싸인 문단…신경숙 표절 사태 어디로?

충격 휩싸인 문단…신경숙 표절 사태 어디로?

입력 2015-06-17 15:04
수정 2015-06-17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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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창비, 표절의혹 부인에 진위논쟁 점화…표절 둘러싼 문단내 불감증 논쟁도 불거질듯

동시대 우리 문단을 대표해온 소설가 신경숙의 작품 표절 여부를 놓고 문학계 내 논쟁이 일파만파 확산될 조짐이다.

지난 16일 시인 겸 소설가 이응준씨가 한 온라인 매체 기고문을 통해 그의 1996년 발표한 단편 ‘전설’의 한 부분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憂國)의 한 부분을 표절한 것이라는 의혹을 공개 제기하면서 문단은 그야말로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신 작가는 표절 의혹을 받는 단편 ‘전설’이 포함된 소설집 ‘감자 먹는 사람들’(개정판 제목)을 펴낸 창비를 통해 “표절 의혹 소설을 알지 못하고,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표절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창비 또한 “몇몇 문장을 근거로 표절 운운은 문제”라며 부인에 가세했다.

그러나 이 씨의 기고문에 대해 문단 내에선 적지 않은 호응과 동조 견해가 잇따르면서 이 문제를 놓고 문단이 양단되는 사태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씨의 기고문이 신 작가의 표절 의혹에 대한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비판과 함께 문단을 향해 표절의 ‘공범’이라고 직격탄을 날림에 따라 이를 둘러싼 파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 ‘문화권력’ 신경숙에 “올 게 왔다” vs “작가에게 해명 기회 줘야”

신경숙을 둘러싼 표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씨가 기고문에서 지적했듯이 1999년 발표한 ‘딸기밭’의 일부는 재미 유학생 안승준의 유고집 ‘살아는 있는 것이오’ 서문의 여섯 문단을 그대로 베꼈다는 주장이 언론에 의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신 작가는 “출처를 밝히지 않은 인용은 죄송하다”면서도 표절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문학평론가 박철화씨는 신 작가가 1999년 발표한 장편 ‘기차는 7시에 떠나네’와 단편 ‘작별 인사’가 마루야마 겐지의 장편 ‘물의 가족’ 등 여러 요소들을 표절한 것이라고 문제제기했다.

이 씨는 이번 도발적 문제제기가 자연인 신경숙이 아니라 ‘한국 문단 최고의 권력’을 향한 비판임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그는 “신경숙은 한국문학의 당대사 안에서 처세의 달인인 평론가들로부터 상전처럼 떠받들어지고 있으며, 동인문학상의 종신심사위원을 맡는 등등 요인으로 인해 한국문단 최고의 권력이기도 하다”며 “(중략) 하루하루가 풍전등화인 한국문학의 본령에 입힌 상처는 그 어떤 뼈아픈 후회보다 더 참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씨의 기고문에 대해 문단 일각에서 호응하는 견해 제시가 잇따르면서 표절 논란의 확산 가능성이 커지고 잇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와 함께 ‘문학권력’을 저술한 평론가 권성우씨는 신 씨의 이번 표절 논란이 불거진 뒤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씨에 대해 “이 문제를 제대로, 면밀하게, 정직하게 응시하지 않고는 한국문학이 조금도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문단생활 포기할 각오로 이 글을 발표한 것 같던데, 그가 어려운 입장에 처한다면 기꺼이 그의 편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국문학계의 A(42) 교수는 “문단의 전개와 글 분위기를 볼 때 표절이 명백해 보인다”며 “신 작가가 명백한 진실에 입각해 입장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신중론도 나온다.

한국작가회의 정우영 사무총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표절 논란으로 가장 충격을 받은 이는 작가 자신일 것”이라며 “당장 작가에게 비난의 화살과 답변을 추궁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장은 “신 작가는 필사로 자신을 단련해온 작가로 알려져온 만큼 작가가 필사한 부분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표절에 이르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물론 그렇다고 해서 표절이 정당화될 수 없는 일이지만, 그가 한국문학의 소중한 자산인만큼 충분한 해명의 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 위기에 “뺨 때린 격”…”건강성 가를 리트머스 시험지될 것”

권성우씨의 지적대로 이번 표절 논란의 전개 향배는 우리 문학계와 대중이 주목하는 초미의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씨의 기고문은 신 작가 개인을 향한 것이기보다는 문단 전체를 향해 뼈저린 자성을 촉구하는 반성문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는 이미 신 작가를 상대로 수차례 불거졌던 표절 논란에 대해 어떠한 평론가도 제대로 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음으로써 한국문학계가 “뻔뻔한 시치미와 작당하는 은폐”로 일관했으며, 결국 “표절의 환락가화”했다는 비판이다.

일각에서는 신 작가가 하필 일본의 극우파 작가인 미시마 유키오를 표절 대상으로 삼았느냐에 대한 자괴감 섞인 지적도 나왔다.

특히 대중이 우리 문학작품을 점점 더 외면하고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 속에서 나와 위기감을 키운다.

한 문인은 페이스북 상에서 “이 글은 어떤 반응도 없이 묻힐 것이다. 그만큼 한국문학계의 활력이 사라졌다는 뜻”이라고 전망했다. 권성우씨는 “이번 건이 한국문단과 평단의 건강성을 판단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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