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로 치유할 것”…당뇨병 8살 딸 인슐린 끊어 사망케 한 부모

“기도로 치유할 것”…당뇨병 8살 딸 인슐린 끊어 사망케 한 부모

이보희 기자
입력 2025-02-27 00:10
수정 2025-02-27 00:1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사이비종교 신도들…“신앙으로 자연 치유할 것”
딸 중태 상태에도 기도하고 노래 불러
호주 법원, 부모 등 14명 징역형 선고

이미지 확대
당뇨병을 앓다가 가족 등에 의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른 엘리자베스 스트루스. 사진 BBC 캡처
당뇨병을 앓다가 가족 등에 의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른 엘리자베스 스트루스. 사진 BBC 캡처


호주에서 자연 치유를 고집하며 당뇨병을 앓는 8살 딸의 인슐린 투여를 중단시켜 사망에 이르게 한 부모가 징역 14년을 선고 받았다.

26일(현지시간) AFP 통신과 호주 ABC 뉴스에 따르면 이날 호주 동부 퀸즐랜드주 대법원은 8살로 숨진 엘리자베스 로즈 스트루스의 아버지 제이슨 스트루스와 어머니 케리 스트루스에게 살인죄로 각각 징역 14년을 선고했다.또 이들을 부추긴 사이비 종교 지도자 브렌던 스티븐스에 징역 13년을, 엘리자베스의 오빠 재커리 스트루스와 스티븐스의 가족 등 신도 11명에게 각각 징역 6∼9년을 내렸다.

이들은 2022년 1월 퀸즐랜드주 투움바에 있는 스트루스 가족의 집에서 1형 당뇨병을 앓는 엘리자베스의 인슐린 투여를 중단시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가 인정됐다.

엘리자베스는 며칠 동안 인슐린을 맞지 못하자 당뇨병 합병증인 케톤산증을 일으켜 숨졌다.

스티븐스가 이끄는 ‘성자들’(The Saints)이라는 사이비 종교 집단 신도인 이들은 엘리자베스가 신앙에 따른 자연 치유로 나을 것이라는 믿음에 사로잡혀 이런 짓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엘리자베스가 숨지기 전 중태에 빠졌을 때도 구급차를 부르지 않고 기도하고 노래를 부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엘리자베스가 사망한 이후에도 그가 단지 잠을 자고 있을 뿐 부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지 확대
엘리자베스 로즈 스트루스(가운데)와 그를 숨지게 한 혐의가 인정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부모 등 주변 사람들의 스케치. 2025.02.26. 호주 ABC뉴스 홈페이지 캡처
엘리자베스 로즈 스트루스(가운데)와 그를 숨지게 한 혐의가 인정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부모 등 주변 사람들의 스케치. 2025.02.26. 호주 ABC뉴스 홈페이지 캡처


마틴 번스 판사는 엘리자베스의 부모에게 “8살짜리의 목숨을 걸고 의무보다 개인적인 신념을 앞세웠다”며 “엘리자베스의 느리고 고통스러운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동성애자임을 공개한 후 가족과 연을 끊은 엘리자베스의 언니 제이드는 사이비 교주 스티븐스를 겨냥해 “그가 자기 가족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을 통제하기 위해 썼던 강압과 조작은 사람들의 취약성에 대한 가장 용서할 수 없고 역겨운 학대”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선고 결과에 대해 “정의가 실현됐다”고 말했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2 / 5
상속세 개편안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상속되는 재산에 세금을 매기는 유산세 방식이 75년 만에 수술대에 오른다. 피상속인(사망자)이 물려주는 총재산이 아닌 개별 상속인(배우자·자녀)이 각각 물려받는 재산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유산취득세)이 추진된다. 지금은 서울의 10억원대 아파트를 물려받을 때도 상속세를 내야 하지만, 앞으로는 20억원까진 상속세가 면제될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속세 개편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동의한다.
동의 못한다.
2 / 5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