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온 김영철 ‘특급대우’…폼페이오와 90분간 만찬 ‘몸풀기’

뉴욕 온 김영철 ‘특급대우’…폼페이오와 90분간 만찬 ‘몸풀기’

입력 2018-05-31 10:25
수정 2018-05-3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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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무부 ‘철통경호’…공항 계류장부터 경호차량 4∼5대로 ‘에스코트’

미국 뉴욕 맨해튼의 속소에 도착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AFP=연합뉴스]
미국 뉴욕 맨해튼의 속소에 도착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AFP=연합뉴스]
北경호인력 대동, 취재진엔 함구…北 관계자 “좋은성과 이루려”

30일(이하 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에 도착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삼엄한 경비와 보안 속에서 미국 공식방문 일정에 들어갔다.

31일로 예정된 김영철 부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뉴욕 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벌일 ‘세기의 핵담판’ 성공 여부를 점칠 일종의 가늠자로 꼽힌다.

그 중요성을 반영하듯, ‘뉴욕의 관문’인 JFK 국제공항 1터미널에는 이날 오전부터 한국언론을 비롯해 각국 취재진이 집결했다.

◇취재진 피해 공항 계류장에서 차량으로 빠져나가

김 부위원장이 탑승한 에어차이나 ‘CA981’가 JFK공항에 도착한 것은 오후 2시께.

항공기의 도착과 맞물려 6∼7대의 검은색 세단과 경찰 차량이 계류장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멀리서 목격됐다. 30여 분 뒤 경찰 차량이 앞뒤에서 검은색 차량을 호위하는 대열로 계류장을 빠져나갔다.

유엔주재 북측 관계자는 “미 국무부 측에서 별도로 모시고 나간 것 같다”고 전했다.

1층 입국장 또는 2층 출국장 한쪽 편의 ‘VIP 통로’에서 진을 치고 있었던 연합뉴스를 비롯한 각국 취재진으로서는 접근이 원천 봉쇄된 셈이다.

동시에 폼페이오 장관으로서는 ‘카운터파트’인 김 부위원장에 대해 각별한 예우를 갖췄다는 해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세계적인 주목도를 고려할 때 통상적인 수준 이상의 경호와 의전을 제공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계류장에서 직접 에스코트하는 것은 통상 국가원수급에게 제공되는 것”이라며 “미 국무부가 김 부위원장의 의전에 특별히 신경 쓰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대변인은 김 부위원장의 뉴욕 도착 사실을 확인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오른팔’로 묘사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김 부위원장의 방미에는 북한의 대미외교 주요 실무자인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국장대행,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과 통역, 경호 요원을 포함해 총 5~6명이 수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공항에는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소속 외교관들도 모습을 드러냈고, 자성남 북한대표부 대사 역시 의전을 위해 입국장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대표부 관계자는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워싱턴과 평양 사이에 이뤄지는 사안이라 우리는 아는 바 없다”, “대표단이 도착해야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할 것 같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러면서도 “성과를 거두려고 하니까 여기(뉴욕)까지 온 것 아니겠느냐”면서 “좋은 결과물을 이루려고 하는 것 아니겠냐”고 긍정적 기대를 내비치기도 했다.

◇숙소 앞에서 첫 모습…취재진에 ‘묵묵부답’

공항을 빠져나간 김 부위원장이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시간 남짓 지난 오후 3시 30분께.

맨해튼 미드타운의 44번가에 있는 숙소 ‘밀레니엄 힐튼 유엔플라자 호텔’에 경호 차량의 호위를 받으며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김 부위원장은 장사진을 이룬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한 채 호텔로 들어갔다.

특히 미 국무부 소속으로 보이는 경호 차량 4∼5대가 사이렌을 울리며 김 부위원장을 호위했다.

김 부위원장은 오후 6시 50분께 폼페이오 장관과의 만찬장으로 향하면서도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다만 31일 폼페이오 장관과의 본격적인 회담을 할 예정인 가운데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숙소 앞 등에서 메시지를 발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부위원장의 숙소는 유엔본부 및 주유엔 북한대표부와 인접한 곳으로, 뉴욕을 찾는 북한 고위 당국자가 자주 머무는 호텔이다. 2007년 3월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방문했을 때와 지난해 리용호 외무상이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찾았을 때도 이 호텔에 묵었다.

김 부위원장의 회담 파트너인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워싱턴DC에서 뉴욕으로 이동, 김 부위원장의 숙소와는 차량으로 약 5~10분 거리의 51번가에 있는 롯데 뉴욕 팰리스에 투숙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착 5시간 만에 폼페이오와 90분간 만찬 ‘탐색전’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은 만찬 회동으로 뉴욕 담판을 시작했다.

이날 만찬은 김 부위원장의 숙소에서 차량으로 수분 거리에 있는 38번가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의 관저에서 오후 7시부터 이뤄졌다. 31일 본회담에 앞서 본격적인 탐색전에 들어간 것이다. 이날 만찬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시 김 부위원장이 주재했던 오찬에 대한 답례 성격으로 보인다.

만찬은 약 90분 만에 끝났다.

김 부위원장이 오후 8시 30분께 먼저 만찬장이 있는 고층아파트 건물을 나왔고, 약 5~6분의 시차를 두고 폼페이오 장관도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 모두 취재진에게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만찬장의 분위기는 전해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은’ 회동으로 보이며 31일 본회담을 앞둔 만큼 양측이 식사를 같이하며 상대의 분위기를 탐색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김 부위원장은 차량을 타고 만찬장에서 떠나 곧바로 숙소로 들어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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