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우선주의” “경제는 안보”…중·러 겨냥해 ‘신냉전’ 포문

“美우선주의” “경제는 안보”…중·러 겨냥해 ‘신냉전’ 포문

한준규 기자
입력 2017-12-19 22:38
수정 2017-12-19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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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독트린’ 무엇이 담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8일(현지시간) 내놓은 새 국가안보전략(NSS)은 ‘미국 우선주의’에 기초해 ▲미국 본토 보호 ▲미국 번영 촉진 ▲힘을 통한 평화유지 ▲미국 영향력 증진 등 4대 핵심 과제를 실현하겠다는 청사진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세계열강들의 신경쟁시대’로의 복귀와 ‘신냉전주의’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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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보전략 발표에서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북한과 이란을 ‘불량정권’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세계질서를 흔드는 ‘경쟁국’”이라고 못 박으면서 본격적인 ‘신냉전시대’에 불을 댕겼다. 또 “안보를 위해 번영을 소홀히 하는 나라는 결국 두 가지 모두 잃게 될 것”이라면서 “약함은 충돌로 가는 가장 확실한 길이며, 반대로 ‘무적의 힘’이 방어를 위한 가장 확실한 수단”이라며 ‘힘’을 바탕으로 한 ‘신경쟁시대’를 예고했다.

보고서는 중국과 러시아를 “미국의 가치와 이익에 상반되는 세상을 만들고자 선전전, 강압적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미국의 가치와 이익에 반하는 방향으로 세계 질서를 흔드는 ‘수정주의 국가’라 규정했다. 미국이 중·러의 도전을 견제하고 경제·안보 분야에서 세계 최강국 지위를 내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특히 중국을 ‘경쟁자’로 명확히 했고, “국가 주도 경제 모델을 확장하며, 자신들의 이익에 맞게 지역 질서를 재편하는 방안을 추구하고 있다”며 중국을 ‘데이터 도둑질’, ‘권위주의 시스템의 전파’ 등의 단어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북핵 해결을 위해 중국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던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은 위반과 속임수, 경제적 침공에 더는 눈을 감지 않겠다”며 ‘선전포고’를 했다.

러시아를 겨냥해서도 “세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하고 우리를 동맹과 갈라놓으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면서 “(러시아의 핵무기는) 미국에 대한 가장 커다란 실존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보고서는 30년 동안 초강대국들의 경쟁이 휴지기를 보낸 것으로 묘사했고, 이제 휴가는 끝났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북핵 문제’도 이런 맥락에서 바라보고 있다. 68쪽 분량인 NSS 보고서에서 ‘북한’이라는 용어는 17차례 등장했다. 전임 오바마 정부가 2015년 2월 내놓은 NSS 보고서에는 북한이라는 단어가 세 차례 나왔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의 새 국가안보전략은 북·중·러를 비판하면서 한·미·일 동맹을 강조하며 ‘갈등’ 전선을 부각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동맹은 비핵화를 달성하고, 그들이 세계를 위협할 수 없도록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한·일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미국은 이런 갈등 구조가 자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국가안보전략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경제’를 미국 전략적 이익의 우선순위에 둔 것이다. 경제적 안보를 국가 안보로 명확하게 제시한 것은 이전 정부에서는 없었던 일이다.

보고서는 “미국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시장 원칙을 따르는 국가와의 경제적 경쟁, 그렇지 않은 국가와의 경쟁을 구별한다”면서 “미국은 산업화한 민주국가들과 함께 우리의 공동 번영과 안보를 위협하는 경제적 침략에 대해 방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국가안보전략을 “‘아메리카 퍼스트’와 ‘경제 안보’를 천명한 ‘트럼프 독트린’이라고 해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새 NSS 보고서에서 중국이 23차례나 언급되는데, 이는 2015년 2월 발표된 오바마 정부 NSS의 거의 두 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2017-12-2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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