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00·25,000 연쇄붕괴…S&P500 사흘새 1조달러 증발
미국 뉴욕증시가 5일(현지시간) 맥없이 주저앉았다. 장기적으로 탄탄한 경제 펀더멘털을 확신한다는 백악관 측의 발언까지 전해졌지만, 투자심리는 되살아나지 않았다.채권금리 발(發) 긴축 우려가 사흘 연속으로 증시를 압박했다. 일각에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10년째에 접어든 ‘강세장’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고개를 들고 있다.
2월 들어 첫 3거래일을 모두 약세장으로 마감하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의 시가총액은 1조 달러(1천90조 원) 이상 증발했다고 CNBC 방송은 전했다.
◇ 다우지수 장중 한때 1,500P 급락 ‘패닉’ =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보다 1,175.21포인트(4.60%) 내린 24,345.75에 거래를 마쳤다.
작년 말(24,719.22) 지수 밑으로 내려앉은 것이다. 장중 한때 1,500포인트 안팎 수직 낙하하면서 24,000선이 깨지기도 했다.
지난 2011년 이후로 7년 만의 가장 큰 하락률이다.
절대 수치만 단순 비교하면, 다우지수 120년 역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인 1987년 ‘블랙 먼데이’(Black Monday)보다 많은 역대 최대 낙폭이다. 당시 다우지수는 2,200선에서 1,700선으로 508포인트(22.6%) 폭락한 바 있다.
다우지수로서는 지난 2일 하락 폭(665.75포인트)까지 더해 2거래일 만에 1,800포인트를 반납하면서 26,000선과 25,000선을 차례로 내준 셈이다.
S&P500 지수는 113.19포인트(4.10%) 낮은 2,648.94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73.42포인트(3.78%) 떨어진 6,967.53에 장을 마감했다.
단기 흐름을 반영하는 50일 이동평균선도 밑돌았다. 단기적으로 조정 양상이 짙다는 뜻이다.
이날 뉴욕증시는 1% 안팎의 약보합세를 이어가다가 오후 3시 무렵 갑작스럽게 낙폭을 키웠다. 증시가 조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일시적으로 투매 현장이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주가지수가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시장의 불안감은 증폭됐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 지수(VIX)는 전 거래일의 갑절을 웃도는 35선까지 치솟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변동성 지수가 20선 위로 치솟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2016년 11월 이후로 처음”이라고 전했다.
◇ ‘10년째 황소장’ 낙관론에 급제동 = 뉴욕증시가 일시적으로 조정 압박을 받고 있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통상 주가조정은 고점 대비 10~20% 하락을 의미한다. 하락 폭이 20%를 넘어서게 되면 약세장에 들어섰다는 신호로도 해석할 수 있다.
갑작스럽게 다우지수가 하락 압력을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만 놓고 보면 과열을 해소하는 조정 성격이 강하다는 뜻이다. 지난주 퇴임한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도 주식과 업무용 부동산 가격이 높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프로그램(컴퓨터 시스템에 의한 매매) 매물이 나오면서 기술적인 측면에서 낙폭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헤지펀드 브릿지 워터의 레이 달리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블로그에 “미세한 조정”이라며 “예상보다는 조금 빨리 조정 국면에 들어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시장의 심리가 급작스럽게 위축된 상황에서는 조정 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도 나온다. 특히 인플레이션 상승압력과 맞물려 통화 당국의 긴축 스케줄이 속도를 내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유명 투자전략가 짐 폴슨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주식가치가 고평가돼 있다”며 15%가량 조정 국면을 전망했다.
투자자문사 리처드 번스타인 측은 “채권과 주식시장 모두 재평가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도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두 가지 거품이 있다. 우리는 주식시장의 거품과 채권시장의 거품을 맞고 있다”라면서 주식·채권의 가격조정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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