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의중 반영 주목…냉온탕 투트랙 전략 관측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백악관을 이끄는 존 켈리 비서실장이 12일(현지시간) 북한 핵의 외교적 해결을 강조했다.켈리 비서실장은 이날 백악관 기자실에 예고 없이 찾아와 북핵 위협에 대해 “당장은 관리가 가능하다”면서 “외교가 통하기를 기대하자”고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준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까지 내놨다.
물론 “시간이 흘러 상황이 지금보다 커지면” 상황 통제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적어도 지금은 굳이 군사 옵션을 활용하지 않고 외교적 수단만으로도 북핵 위기를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이를 두고 미 정가와 외교가에선 최근 정상 간 ‘말의 전쟁’을 통해 최고조에 달한 북미 간 긴장을 일단 누그러뜨리려는 의도적 행동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미 간 대립이 ‘치킨 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만큼 일단 한 박자 쉬어가는 냉각 국면을 갖고 다음 행보를 가다듬으려 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켈리의 언급은 최근 연일 북한에 대해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군사 행동’까지 배제하지 않아 온 트럼프 대통령의 기류와는 사뭇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무엇보다 켈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고 비서실장이라는 직책이 시사하는 게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발언일 경우 대북 정책의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매우 좋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개발해왔고, 매우 좋은 핵 재진입 수단을 개발하고 있는 나라인 만큼 미국인들은 우려해야 한다”면서도 “그 나라가 (미국) 본토에 도달할 (핵미사일) 능력을 갖출 수 없다고 믿는다”고 밝힌 것도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미국 내 위기감의 핵심이 북한 ICBM의 미 본토 도달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그 가능성을 대폭 낮춘 자체가 북핵 대화ㆍ협상의 여지를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교적 해법에 초점을 두더라도 대화 대신 최근 강화해온 대북 제재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제재 역시 외교적 해법인 만큼 적어도 북한이 미 본토에 실제적 위협으로 부상할 때까지는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에 집중해야 한다는 미 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투트랙 전략’이라는 시각도 있다. 대통령은 군사 옵션도 배제하지 않는 직설적인 발언으로 상대의 긴장감을 있는 대로 끌어올리고, 참모들은 원칙적이고 외교적인 언사로 대응하면서 ‘전략적 모호성’을 최대화하는 전법을 쓰고 있다는 주장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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