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개막날 만난 시진핑·푸틴 “한반도 비핵화 유지 합의”

브릭스 개막날 만난 시진핑·푸틴 “한반도 비핵화 유지 합의”

입력 2017-09-04 01:28
수정 2017-09-04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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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北 6차 핵실험 적절 대처”… 중 외교부 “결연 반대·강력 규탄”

원유 공급 단기 중단 타격 줄 듯
北, 국제사회 추가 제재 대비 지난 4월 석유 100만t 비축 추진

중국 외교부는 3일 오후 성명을 내고 “북한이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시 핵실험을 실시했다”면서 “중국 정부는 이를 결연히 반대하고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9일 5차 핵실험 때 “단호히 반대한다”는 표현만 썼으나 “강력히 규탄한다”는 말을 더해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중국은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를 불러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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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한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푸젠성 샤먼에서 열린 브릭스(BRICS) 비즈니스포럼 개막식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샤먼 AP 연합뉴스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한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푸젠성 샤먼에서 열린 브릭스(BRICS) 비즈니스포럼 개막식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샤먼 AP 연합뉴스
이날 북·중 접경인 중국 지린성 옌볜조선족자치주 일대에서는 아파트 전체가 흔들리는 진동을 느꼈다. 중국 지진국은 옌볜, 지린, 창춘, 창바이산(백두산), 선양 등지에서 8초 동안 심한 진동이 감지됐다고 발표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이날 푸젠성 샤먼에서 열린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양국은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해 적절히 대처하기로 했다”면서 “한반도 비핵화 목표 유지에 합의하고 새로운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소통과 협력을 더욱 긴밀히 하기로 했다”는 공동입장을 발표했다.

북한의 핵실험은 시 주석이 브릭스 정상회의 개막 연설을 하기 불과 다섯 시간 전에 벌어졌다. 브릭스 정상회의는 올해 하반기 가장 중요한 중국의 다자외교 무대로 다음달 열리는 19차 중국 공산당 당대회를 앞두고 시진핑 1기 체제의 외교성과를 결산하는 자리였다. 북한이 중국의 잔칫상을 엎은 셈이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날씨에 영향을 받는 미사일 발사와 달리 핵실험은 김정은의 정치적 고려에 따라 날짜가 결정되는 만큼 브릭스 회의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분노는 브릭스 행사가 끝나면 본격 표출될 전망이다. 초점은 중국이 북한의 ‘생명줄’인 석유 송유관을 잠글 것인가에 모아진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북한산 석탄, 철광석, 납 광석, 해산물 등 핵심 교역 품목의 수입을 금지했다. 하지만 미국은 “원유 공급을 중지해 북한 정권을 붕괴 수준으로 제재해야 한다”고 압박해 왔다.

중국 내에서도 6차 핵실험이 원유 공급의 마지노선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6차 핵실험은 곧 북한 핵무기가 완성 단계에 진입했음을 뜻하고, 이는 중국 안보에도 큰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인민대 국제대학원 원장인 스인훙 교수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중국은 영구적인 석유 공급 중단까지 고려할 것이고, 결국 단기간에 걸친 부분 중단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6개월 정도 송유량을 크게 줄여 북한에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베이징대 진징이 교수는 “김정은이 미국과의 대결에서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면서 “중국도 대북 관계에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이 실제로 원유 중단을 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완성보다 북한 정권의 붕괴가 중국에는 더 위험한 상황”이라고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말했다.

한편 도쿄신문은 이날 “북한이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에 대비해 지난 4월에 석유 100만t을 비축하는 목표를 세웠다”고 보도했다. 석유제품에 대한 북한의 연간 수입량은 150만~200만t이다. 이 때문에 평양에서는 문을 닫는 주유소가 늘어나고, 휘발유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북한은 원유·석유제품 가운데 90% 이상을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2017-09-04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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