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술의 지도자 아닌 정신적 지도자여야/이상철 미국태권도위원회 회장

[기고] 기술의 지도자 아닌 정신적 지도자여야/이상철 미국태권도위원회 회장

입력 2018-12-03 17:34
수정 2018-12-0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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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원은 모든 태권도인들의 어머니와 같은 존재로 거룩하고 성스러운 곳이다. 1972년 설립됐다. 그리고 이듬해 세계태권도연맹이 창설됐다. 국기원은 각종 교육을 담당하며 자격증과 단증을 발부했다. 세계연맹은 태권도를 세계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겨루기 활성화에 목적을 뒀다. 세계연맹은 무도였던 태권도를 스포츠로서 방향을 바꿔 자리를 잡았다. 45년이 흐른 지금 스포츠 태권도는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됐고, 국기원은 본부로서의 위상을 구축하는 데 일정 부분 성공했다. 국기원의 단증은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유일한 단증으로 통용되고 있다. 사범 자격증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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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철 미국태권도위원회 회장
이상철 미국태권도위원회 회장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세계 태권도 본부로서의 위상은 고사하고 국내에서조차 권위와 신뢰를 잃어 가고 있다. 예컨대 국기원은 세계연맹 회원국을 자기의 하부 조직으로 여긴다. 세계연맹 회원국을 통해 각종 사업을 진행하려는 우를 범하고 있다. 세계연맹 회원국은 세계연맹 목적 사업을 따르는 각 나라의 스포츠 조직이지 무도를 지향하는 국기원을 따라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지금 각 나라 협회는 자체 단증을 만들고 자체적으로 자격증을 발부하고 있거나 하려 하고 있다. 하루빨리 국기원 지원을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지체할 수록 국기원은 한국민을 위한 국기원으로 전락하고 만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나아가 국기원은 근시안적으로 한국 사람들만의 사고방식으로 정책을 펴지 말아야 한다. 정부 역시 진정 국기원이 세계 태권도의 메카가 되길 원한다면 도와주되 일일이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작금의 국기원은 법률적으로 독립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산하기관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다. 반(反)국기원 정서를 가진 적잖은 외국인들은 국기원이 한국 정부가 운영하는 단체인데 왜 우리가 그런 곳으로부터 단증을 받아야 하냐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6월 월드컵 축구 때 오래된 미국인 제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한국이 독일을 통쾌하게 이긴 것에 대한 축하 전화였다. 필자는 미국 시민권을 받은 법적 미국인이지만, 이것이 태권도 아닌가 생각했다. 많은 세계 태권도인들은 말한다. ‘한국이 세계인들에게 준 가장 좋은 선물이 태권도’라고. 하지만 스포츠 태권도로는 한계가 있다. 태권도 발상지 한국은 기술로서의 지도자가 되려 해서는 안 된다. 세계 태권도인들에게 스승의 나라로 정신적 지도자가 돼야 한다. 그 중심에 국기원이 굳건하게 자리잡아야 한다.

2018-12-0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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