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영 통합물관리 비전포럼 위원장
강은 문명의 젖줄로 화합과 생명을 의미하지만, 물을 둘러싼 갈등은 역사적으로 계속돼 왔다. 플라톤의 ‘법률’에는 ‘타인의 물 사용을 침해하면 안 된다’, ‘이웃과 서로 물을 나눠야 한다’ 등 물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원칙들이 서술돼 있다. 강을 두고 발생하는 갈등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깊숙이 인류 역사를 관통하고 있다.
물 관련 갈등은 더욱 복잡해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치수(治水), 이수(利水) 문제와 함께 수질오염, 수생태계 파괴, 물 순환 회복 등 복합적 환경 문제가 이목을 끌고 있다. 이젠 통합적이고 지속 가능한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봐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종합적 물관리를 위해 환경부와 국토교통부 물 관련 조직과 기능을 환경부로 통합하는 ‘물관리 일원화’를 추진하고 있다. 관련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2월 임시국회에서 법이 통과된다면 수질, 수량, 수생태계 업무를 한 부처에서 하게 된다.
물관리 일원화 이후 새로운 물관리 체계를 논의하고자 지난해 7월 수량·수질 분야 180여명의 민·관·학 전문가들이 모인 ‘통합 물관리 비전포럼’이 출범했다. 지금까지 두 차례 전체회의와 60차례 이상 분과별 회의를 이어 왔다. 그간 논의 결과를 종합해 19일 3차 전체회의에서 국가 통합 물관리 비전과 유역별 비전을 발표한다.
통합 물관리 비전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 누리는 생명의 물’로 안전성, 형평성, 효율성, 민주성, 책임성을 5대 핵심 가치로 실현하기 위한 기본 원칙과 목표 그리고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포럼에서는 추가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통합 물관리 정책과제’를 도출할 예정이다.
‘통합 물관리 비전’이 빛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정부조직법의 2월 처리가 절실하다. 원내대표 간 물관리 일원화에 대한 합의도 이뤄진 만큼 이젠 정치 셈법이 아닌 물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 마련과 물복지 향상을 위해 국회의 책임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영어로 강인 ‘리버’(river)와 경쟁자인 ‘라이벌’(rival)은 어원이 같다. 두 단어가 같은 뿌리를 가진 것은 강을 사이에 두고 발생했던 여러 갈등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물의 역사는 갈등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물관리 일원화가 되면 수량과 수질을 한 체계 안에서 관리할 수 있게 되고, 물 갈등 등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종합 수단을 얻게 된다. 물관리 일원화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열쇠는 아니다. 그러나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며 현재 우리나라는 그마저도 충족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제 물관리에도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2월 국회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기대해 본다.
2018-01-1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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