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새로운 130년 여는 프랑스 국빈 방문/윤병세 외교부 장관

[기고] 새로운 130년 여는 프랑스 국빈 방문/윤병세 외교부 장관

입력 2016-05-30 18:06
수정 2016-05-3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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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세 외교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
코팽(Copain). ‘빵을 나눠 먹는 가족같이 친한 친구’란 뜻의 프랑스어다. 지난해 11월 초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국빈 방한 계기에 양국 정상이 나눈 덕담으로, 역대 최상의 상태에 있는 한국과 프랑스 관계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박근혜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 방문은 6월 4일 수교 130주년을 맞는 양국의 백년대계를 설계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최근 한국의 대(對)유럽 외교가 준동맹 관계에 비견될 정도라고 말하고 있는데, 유럽연합(EU)의 핵심인 프랑스와 우리가 얼마나 가까워졌는지는 지난 반년간 동선만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해 9월 우리 총리가 한·프랑스 상호교류의 해 개막을 위해 파리를 방문했으며, 11월 프랑스 대통령의 방한에 이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파리협정 채택 시 우리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이 이뤄졌다. 올해 들어선 지난 3월 프랑스 외교장관의 방한에 이어 이번에 박 대통령의 국빈 방문이 이뤄진다.

현 정부 출범 이래 매년 정상회담을 연 유럽국은 프랑스가 유일한 데, 프랑스는 우리가 추구하는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최적의 파트너다.

프랑스와는 1970년대 이래 항공, 원전, 고속철 등 기간산업 분야에서의 협력을 이어 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방위산업과 우주협력으로 지평이 확대되고 있다. 이번에 170여명의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동행해 전기차, 바이오, 인공지능 등 신산업 분야의 협력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지난 3월 서울에 연 ‘프렌치 테크 허브’는 창조와 혁신을 중시하는 양국 간 발전 모델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 방문 마지막 날 최첨단 연구단지가 소재한 그르노블을 방문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유럽 문화를 대표하는 프랑스와의 문화교류는 양국 국민을 마음과 마음으로 연결하는 강력한 아교와 같다. 이번 방문 중 유럽에서는 최초로 한국 문화를 종합적으로 알리는 ‘KCON’ 행사가 개최되는 데, 예매 3시간 만에 1만여석이 모두 매진될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프랑스의 태도를 보면 코팽이란 표현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6·25 참전국인 프랑스는 EU 주요국 중 북한과 수교하지 않은 유일한 국가다. 올랑드 대통령은 지난해 방한 시 우리의 한반도 평화통일 구상과 신뢰 외교에 전폭적 지지를 표명했는 데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EU의 대북 제재에 프랑스가 가장 앞장서고 있다.

한·프 양국 간 우정과 신뢰는 양자 관계의 울타리를 뛰어넘는다.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에서 역점 분야가 개발협력이었는데 역사적으로 아프리카에 커다란 이해관계를 가진 프랑스는 우리의 아프리카 진출에 중요한 파트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프랑스는 지난해 파리 테러의 아픔을 딛고 신기후체제를 이끌어 내는 데 회의 주최국으로서 결정적 리더십을 발휘했다.

지난 3월 방한한 장마르크 에로 외교장관은 필자와 가진 전략대화에서 “한·프 관계는 우정이라는 단어를 아무리 자주 써도 지나치지 않다”고 했다. 포도주와 우정은 오래될수록 좋다는 데, 130년의 우정과 신뢰를 쌓아 온 양국 관계는 이번 박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통해 새로운 장을 열게 될 것이다.
2016-05-3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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