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호근 청주대 정치안보국제학과 교수
그런데 최근 아프리카 중남부 지역의 주요국 중 하나인 앙골라와 새로운 관계 설정의 중요한 단초가 마련되고 있다. 한국의 보훈 인프라 수입을 요청한 앙골라의 보훈부장관을 비롯한 대표단이 한국을 방문하여 지난 3월 양국 보훈당국 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앙골라는 포르투갈어권 아프리카 국가 간 정상회의(FORPALOP)의 의장국으로서 역내 포르투갈어권 사용국 사이에서 지도적 위치를 점하고 있고 중남부 아프리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앙골라는 아프리카 제2의 원유생산국으로 부상하면서 여러 나라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례로 중국은 앙골라와의 경제적 유대 강화를 위하여 실천적 노력을 적극적으로 경주하고 있다. 이미 2000년에 들어서면서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에 이어 2015년 중·앙골라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중국의 앙골라에 대한 누적 차관액은 200억 달러 이상을 상회하고 있다. 앙골라는 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2015~2016년)으로서 최근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정과정에서 한국을 공식적으로 지지하였다. 앙골라는 남북한 동시 수교국이지만 국제 평화와 안전이라는 대의명분에 공감하면서 세계 외교의 주무대인 유엔에서 한국의 입장에 적극 동조하고 있다.
앙골라는 오랫동안의 내전이 2002년 종식되면서 군 병력이 대폭 축소됐다. 반군과 정부군에 소속되었던 내전참전 군인의 통합과 이들에 대한 보훈의 필요성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면서 한국 보훈 정책의 접목과 협력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를 위해 한국의 보훈정책과 관련 제도의 앙골라 수출에 대한 논의가 급진전되고 있다. 문화 한류를 통해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 등의 콘텐츠가 해외에서 큰 인기몰이를 한 사례는 많았지만, 우리의 ‘정책’과 ‘제도’가 외국에 수출되는 건 흔치 않은 경우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를 계기로 개척되지 않은 영역을 한국의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소프트파워에 기초한 한국 브랜드의 또 다른 외교 영역 확장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 한국의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외교 과제는 프랑스나 영국과 같은 전문화된 지식과 인력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2016-05-2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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