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태양의 후예’가 착한 이유/방귀희 한국장애예술인협회 대표

[기고] ‘태양의 후예’가 착한 이유/방귀희 한국장애예술인협회 대표

입력 2016-04-14 18:18
수정 2016-04-14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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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태양의 후예’ 덕분에 허리를 조이는 경제와 바닥을 치는 정치에서 잠시 휴식을 찾을 수 있었다. ‘태양의 후예’ 덕분에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조국이 얼마나 위대한지 깨달았다. ‘태양의 후예’ 덕분에 정의가 무엇이고 명예롭게 산다는 것이 어떤 삶인지 알 수 있었다.

방귀희 한국장애예술인협회 대표
방귀희 한국장애예술인협회 대표
‘태양의 후예’ 덕분에 생명과 평화를 지키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목표가 분명해졌다. 물론 드라마니까 가능하지 현실에서 태양의 후예는 없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를 지탱하는 힘은 정의이고, 우리는 정의에 가슴이 뭉클거린다는 기본적 양심을 일깨워 준 것만으로도 그 역할은 충분하다.

이렇게 거대 담론은 아니지만 ‘태양의 후예’는 두 가지 긍정의 캐릭터를 생산했다. 바로 병리과 전문의 표지수와 일병 김기범이다. 표지수는 휠체어를 타고 있는 장애인이다. 어쩌다 장애를 갖게 됐는지, 병원 생활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구체적인 설명은 없지만 주인공 강모연의 절친으로서 거침없는 말투로 친구에 대한 우정을 쿨하게 보여 주고 있다.

굳이 표지수를 장애인으로 등장시킬 필요가 없었을 텐데 휠체어를 태운 것은 우리 사회 어디에서라도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 주고 싶어서가 아닐까 싶다. 일반적으로 장애인은 내성적인 우울한 모드로 생각하지만 표지수는 너무나도 터프한 모습을 통해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인식시켜 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리고 일병 김기범은 국제분쟁과 지진, 전염병으로 긴장감이 감도는 상황에서도 검정고시 준비를 한다. 김일병은 부모도 없고, 학력도 중졸이고, 양아치들과 어울리는 구제 불능의 상태였지만 멋진 특전사 형들을 만나는 바람에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 김일병은 학력을 갖추기 위해 검정고시를 준비하는데 머리에 흰 띠를 두르고 심각하게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장난스럽게 시험을 준비하는 모습에서 우리 사회가 비행 청소년의 미래를 너무나 한심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우리 사회 차별 요인이 되고 있는 학벌과 장애를 이겨 내는 방법을 ‘태양의 후예’가 무겁지 않게 제시했고, 돈과 권력으로 타락한 정의를 되살릴 수 있는 방안까지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어서 ‘태양의 후예’는 착한 드라마다.

‘태양의 후예’를 보면서 러시아의 대문호 레오 톨스토이의 작품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떠올랐다. 이 작품을 통해 톨스토이는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선을 행하는 사랑임을 말해 주고 있는데 사실 톨스토이가 아니어도 선이 정의이고 사랑이 아름답다는 것은 다 안다. 하지만 각박한 삶 속에서 잊어버릴 때쯤 그 사실을 일깨워 주는 드라마가 있고 문학 작품이 있어서 우리는 불의에 완전히 오염되기 전에 정의라는 처방전을 들고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사회 속으로 나온다.

마침 4월은 장애인의 날이 있는 장애인의 달이다. 4월에 실천할 사랑은 장애인에 대한 자연스러운 배려다.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는 것, 그것이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정의였으면 좋겠다.
2016-04-1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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