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돈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한편 환구시보는 1월 13일자 사설에서 대북 제재를 강하게 하면 김정은 정권이 “앉아서 죽을 수 없다”는 식으로 강력히 저항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 정권 ‘죽이기식’ 안보리 결의에 반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대북 제재를 강하게 하지 않으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가 수호되지 않고 전쟁 같은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김정은은 2012년 8월 25일 ‘선군절’ 기념행사에서 ‘남반부 해방작전계획’의 최종 결재를 선언했다. 그리고 북한군에 ‘조국통일대전’ 준비를 철저히 하라며 김정일 때와 달리 어려운 경제사정에도 불구하고 2014년에 100여발의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성능 시험을 했다. 이런 것들은 대북 제재와 전혀 별개로 진행된 것이다. 김정은의 머릿속에는 중국이 기대하는 것과 전혀 다른 계획이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중국이 강력한 대북 제재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한반도 안정과 평화가 수호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중국이 북핵 3원칙을 재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현상 변경이 시도되지 않는 한 김정은은 향후 핵무기를 더 많이 보유하게 될 것이고, 그럴수록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는 심각한 형태로 도전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문제의 근본 해결책은 김정은이 태도를 바꾸도록 실효적인 대북 제재를 하거나, 그것도 안 되면 김정은 정권을 교체하는 것뿐이다.
현재 김정은 정권은 유일지배 체제를 확립하고 외견상 공고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많은 문제가 잠복해 있다. 김정은과 권력층 간 운명공동체 의식도 “김일성 시대를 100이라 하면 김정일 체제는 50~70, 김정은은 10 정도 된다”(국정원 국회 정보위 보고, 2015년 10월 20일)고 한다.
항간에는 중국이 이러한 북한의 붕괴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불안정 사태를 초래할 수준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많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의 붕괴가 곧 북한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더 늦기 전에 핵무기로 위협하는 김정은 정권 대신 비핵화를 수용하는 개혁·개방 성향의 친중 정권을 수립하는 것이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
김정은 정권을 버리라는 것이지 북한을 버리라는 것이 아니다. 거세지는 국제사회의 압력에 중국이 못 이기는 것처럼 실효적인 대북 제재에 동참하기만 하면 된다. 겉으로 드러내 놓고 김정은 정권을 압박하면서 교체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강도 높은 대북 제재로 북한 내부에서 더이상 김정은으로는 안 되겠다고 느낄 만큼 외부 환경을 조성하면 문제는 안에서 해결될 수 있다.
그동안 이런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포정치가 효력을 봤다. 그러나 공포로만 권력이 유지되진 못한다. 김정은 때문에 모두가 죽게 된다고 생각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김정은이 무너지면 객관적으로 친중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2016-01-2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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