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랑, 사명, 그리고 감사/정은찬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

[기고] 사랑, 사명, 그리고 감사/정은찬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

입력 2015-12-21 23:16
수정 2015-12-22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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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본 적이 있다. 1944년 제임스 라이언 한 명을 구하기 위해 밀러 대위를 중심으로 한 8명의 병사들이 임무수행 과정에 전사한다. 세월이 흘러 백발이 된 라이언은 밀러 대위 묘소를 찾아 “저는 대위님이 잘 살라고 하셔서 잘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지금 웬만큼은 잘 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남긴다. 라이언을 구한 것은 국민 한 사람을 살리기 위한 그의 조국과 그를 위해 목숨을 바친 전우들의 사랑이었다. 그들의 삶을 대신한 라이언의 그 후 인생은 사명을 다하는 감사의 삶이었을 것이다.

정은찬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
정은찬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
시대적 배경과 상황은 다르지만 우리 탈북민들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들의 바람도 “행복하게 잘 살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잘 사는 것,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가는 것, 북한 땅의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사명을 다하며 감사함 속에 살아가야 하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현재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수는 2만 8000명에 달한다. 이들 중에는 19명의 박사와 143명의 정부 및 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 공무원도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월 말 통일부는 탈북민 정규직 공무원(7·9급) 5명을 채용했다. 정부 부처에서 일반직으로 채용한 것은 처음이다. 통일부가 통일 준비의 일환으로 솔선수범한 것이다. 그들과 만나면서 2012년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 공채에 합격했던 감격의 순간이 떠올랐다. 그 당시 감사, 감사, 또 감사하며 살리라 다짐했던 나의 초심은 어려움을 긍정적으로 극복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

이번에 임용된 후배들도 같은 심정일 것이라 믿는다. 우리의 삶은 우리를 국민으로 받아 준 대한민국에 감사하고, 우리에게 사회의 각 곳에 설 수 있도록 기꺼이 자리를 내준 그 믿음과 기대에 보답하는 삶이 돼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탈북민의 성공적 정착은 작은 통일이며, 맞춤형 정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탈북민 정착은 정책과 제도가 잘 돼 있어도 70여년 분단이 남겨 놓은 문화적 이질감, 경쟁에 대한 두려움, 편견·차별로 인한 자존감 상실, 상대적 박탈감, 가족에 대한 그리움 등으로 인해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그 모든 상황을 ‘감사의 힘’으로 이겨 내야 한다.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0.3초, 부정적 생각이 우리를 지배하기 전에 한국 입국 초기 국민으로 받아 준 감사함에 가슴 뭉클했던 그 순간을 떠올리고, 잘 살리라고 다짐했던 그때의 초심으로 극복해 나가야 한다.

이번에 채용된 탈북민 공무원 5명의 후배들에게 선배로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첫째로 어떤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도 공무원증을 받던 그 순간의 감사함과 초심으로 이겨 내자. 다음은 이 땅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그들을 이끌어 주는 리더가 되자. 마지막으로 나의 삶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한국 국민들에게 전파되게 하자. 특히 이 땅에서 우리는 행복한 인생을 만들어 가야 한다. 이번에 임용된 후배들과 탈북민 모두에게 사랑, 사명, 감사가 항상 함께하길 기도한다.
2015-12-2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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