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통, 공통분모를 찾자/이종혁 광운대 공공소통연구소장

[기고] 소통, 공통분모를 찾자/이종혁 광운대 공공소통연구소장

입력 2015-11-23 17:52
수정 2015-11-2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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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혁 광운대 공공소통연구소장
이종혁 광운대 공공소통연구소장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란 말은 아직도 일반 국민에게 매우 낯설다. 약 20개월간 공론화를 거쳐 6월 말 정부에 권고안을 제출하고, 정부는 권고안을 토대로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본계획(안)을 한창 준비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더욱이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이 앞으로 10년 이내 포화 상태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여론은 차분함을 넘어 무관심에 가깝다.

전기요금 인상이나 정전 사태에는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지만 사용후핵연료 관리대책 마련이란 과제는 여전히 낯설다. 왜 그럴까. 자신의 문제로 피부에 와 닿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상은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국내 전력의 30%를 담당하는 원전 운영에 당장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에너지를 마음껏 향유하는 사이 암울한 초읽기는 이미 시작됐다. 도심 한가운데 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 ‘D-며칠’이란 전광판을 세워 대국민 캠페인을 해도 모자랄 판이다.

우리에게 남아 있는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다. 앞으로 사용후핵연료 관리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는 소통의 패러다임을 과감히 바꿀 필요가 있다. 국민에게 단순히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홍보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특정 지역사회의 문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삶과 직결되는 의제라는 점을 각인시켜야 한다. 사용후핵연료라는 소재보다 국민의 생활에 어떠한 편의와 불편을 초래하는 문제인지를 제대로 알려 주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사용후핵연료는 다양한 갈등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갈등 사안일수록 공통의 문제부터 풀어 나가는 것이 순리다. 전문가는 물론 국민 대부분은 사용후핵연료 처분 시설이 불가피하며 필요하다는 상식적 대전제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안전하게 관리할 것인가에 논의를 집중해야 한다. 다양한 의제들이 섞이게 되면 불통과 갈등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원전 정책이라는 후속 과제와 사용후핵연료라는 현실적 문제에 관한 논의는 분리돼야 한다. 그래야만 논점을 최소화하고 논의의 장을 마련할 수 있다. 안전한 관리대책 마련이라는 논의에 집중할 때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의 위험에 관한 통제성을 높이고 안전에 관한 기준을 극대화하는 균형 있는 논의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공론이란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현실적 대안에 접근해 가는 협의 과정이다. 논쟁보다 논의를 통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주안점을 두는 게 소통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그동안 사용후핵연료 문제에 대해 제각기 갈등의 ‘정답’을 주장해 왔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통분모를 찾아야 하는데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차이점을 밝히는 데 애를 쓰다 보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가적 과제인 안전한 사용후핵연료 관리 대책 마련을 정부나 원전 지역 주민만의 고민이라고 외면해서는 안 된다. 온 국민이 이를 위해 동참하고 양보와 희생으로 받아들인 지역사회를 위해 더 큰 지역 지원과 주민복지 향상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지역사회에서도 사용후핵연료 관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관심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게 될 것이다.
2015-11-2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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