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분단국가이다. 북한과는 휴전 중에 있으며, 국제적으로나 유∙무형의 지정학적 입장에서 볼 때 항상 적잖은 긴장감이 항상 지니고 있는 국가이다. 우리는 여기서 한반도를 둘러싼 이웃 국가들. 우리와는 경제적 최대교역국인 중국과 대치중인 북한. 즉 북∙중 관계를 지금쯤 한번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1961년 동맹을 체결한 이후 북∙중 두 국가 사이에 발생한 여러 변화요인 등으로 양국의 관계가 현재 동맹을 유지하고 있느냐 아니냐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양분된 시각은 바로 북∙중 조약이라는 제도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구소련의 붕괴와 함께 공동의 위협은 소멸되어 더 이상 동맹관계의 행태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모순적 상황에서 비롯된다.
동맹 형성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공동의 위협에 대항하여 안보를 증대시키기 위한 것이며, 그런 동맹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그 위협이 지속적으로 존재해야만 한다. 제도는 행위구속력의 장치이기 때문에 북∙중 조약이 어떤 이유에서든지 구속력을 갖추지 못할 경우 더 이상 동맹관계로 볼 수 없다.
북∙중 동맹관계는 한국전쟁 이후 1960년대 중반부터 변화를 보이기 시작하였다. 후루시초프의 실각과 베트남전 확대에 따른 북베트남 지원, 1968년 소련이 체코 군사개입과 브레즈네프 독트린 선언, 1969년 우수리강 일대에서 중∙소간 무력충돌, 미국의 베트남전 개입결정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들로 중국은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데탕트의 길로 접어들었다.
또한 등소평의 개혁개방 정책은 동맹국인 북한보다 오히려 한국전쟁 이후 적국이 되었던 한국을 환영하게 된다. 1980년대 중반 이후 한국과 중국의 무역관계는 급속히 증가되어 왔으며 현재 중국은 한국의 경제적 최대교역국이 되었다. 이어 1980년대 노태우 정부와 북방정책에 의해 취해진 소련 및 중국과의 한∙중 수교. 또한 북한은 1980년대 중반부터 중국과의 관계가 경색되고, 친소 일변도의 정책을 추진한 북한은 소련의 붕괴에 적잖은 충격을 받게 되었다.
국가가 동맹을 형성하게 되면, 외교정책의 조화, 군사계획의 조정, 군비부담분배, 위기시의 협력 등을 공동으로 추진해야 하는데, 북한과 중국은 냉전기 중국의 일방적인 군수지원 외에는 다른 요소들이 배제되었다. 또한 동맹국 간의 연합군사훈련은 제도 형성 후 당연한 행태이며, 동맹이 잘 작동하는 지표인데, 북한은 1980년대 후반 동맹국인 소련과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1986년 최초로 북∙소 연합훈련을 실시하였다.
이는 한∙미 동맹이나 미∙일 동맹의 매년 실시하는 연합훈련과 비교해 볼 때, 북∙중간 군사적 협력관계는 이미 붕괴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최근 북한의 동향을 살펴보면, 북한은 대외적으로도 자위적 국방을 강조하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 그런데 또한 얼마 전 중국의 국사서열 5위 류윈산 정치국 상무위원이 북한 방문 이후 북중 관계에 훈풍이 불기 시작하더니, 내년 상반기 김정은이 첫 중국 방문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동안 잠잠하던 북∙중 정상의 예정된 만남은 우리에게 아주 의미심장한 의미로 다가온다.
여기서 우리는 한반도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북∙중의 조약은 제도로써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반면 공동의 위협은 소멸되어 동맹관계의 형태를 보이지 않고 있는 이러한 모순관계는 두 국가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하지만, 한국의 입장에서는 어느 한 쪽으로만 예측하기 어려운 두 국가의 행태변화에 좀 더 긴장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두 국가가 보여준 행태가 지금까지 동맹관계가 유지되지 않는 것으로 비춰졌다 할지라도 그들을 과소평가하고 미국에만 편승해 공세적인 대북정책만을 추진한다면, 한∙중 및 남북관계의 경색은 물론이고 극단적으로는 북∙중 관계가 다시 끈끈한 동맹으로 회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국가 간의 힘의 논리와 외교 및 안보문제가 과거에는 대부분 물리적인 차원의 군사력에 한정되었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 물론 군사력이 주요 원인이 될 수 있겠지만, 대부분 시장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국가의 경제력이 군사력 못지 않게 국가 간 패권의 주요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과 방미, 앞서 언급한 북∙중의 예정된 정상회담. 이렇게 시시각각 벌어지는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와 아태지역의 변화. 여기서 한국은 경제적 차원에서 최대교역국인 중국과, 한미동맹을 다시 확인한 미국. 그리고 북∙중의 외교정책의 변화에 대해 난해하지만, 다각적인 차원에서 한반도의 외교 전략을 발 빠르게 재검토 해 볼 필요가 있는 동시에 이러한 변화에 항상 민감하게 즉각 대응할 수 있기 위하여 절대로 긴장감을 늦추기 말아야 할 때이다.
김민 동시통역사 겸 정치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