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경기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2013년 발표된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전 세계 전기·전자제품 폐기물(이하 폐가전) 발생량은 미국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200채에 해당하는 약 6540만t으로 예측됐다. 경제 수준 향상에 따른 소비 증가와 기술혁신에 따른 제품 교체주기 단축으로 폐가전 발생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폐가전의 처리는 상이한 두 가지 결과를 발생시킨다. 우선 폐가전을 친환경적으로 재활용 처리하면 금, 철, 희토류와 같은 유용한 금속을 재자원화할 수 있다. 반면 돈이 되는 유용금속만 떼어내고 나머지를 부적절하게 처리하면 수은, 납 등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과 지구온난화 유발 물질인 폐냉매를 유출시켜 심각한 지구 환경 문제를 초래시킨다.
국내 환경문제 해소와 자원 재활용 촉진을 위해 환경부가 2012년부터 서울시 6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시작한 ‘폐가전 무상 방문수거’ 서비스로 소비자는 냉장고와 같은 무거운 폐가전을 배출 장소까지 직접 옮겨야 하는 불편과 폐기물 처리비용 스티커를 구매하고 부착해야 하는 부담을 덜게 됐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지자체의 적극적 홍보가 함께 필요함을 깨닫게 되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최봉홍(새누리당) 의원의 지속적 독려하에 가전업체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대형 폐가전 무상 방문수거 추진을 위한 협약식’(2013. 5. 10)을 통해 현재는 전국에서 상당한 호응을 받으며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이 운영 주체가 돼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소비자가 인터넷(www.15990903.or.kr)이나 전화(1599-0903)로 냉장고, 세탁기, 텔레비전 등의 폐가전 배출을 예약하면 수거 전담팀이 가정을 방문해 무료로 폐가전을 수거해 간다.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온전한 상태로 가정에서부터 폐가전을 수거해 친환경 재활용 시설로 인계함으로써 그동안 문제가 되던 환경적 피해의 최소화, 전자폐기물(e-waste)의 불법적 해외 수출 문제 차단, 자원 회수의 극대화 등 다양한 효과도 얻게 됐다.
그렇다면 올해 약 100억원이 예상되는 폐가전 무상 방문수거 서비스 비용은 누가 부담하는 것일까. 답부터 말하자면 소비자의 고충을 해소하고 우리나라의 환경문제와 자원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 LG 등 가전업체들이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가전업체들은 제품의 생산 및 판매 이외에 사용 후 배출되는 폐가전의 회수 및 친환경 재활용 처리에도 적극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담당하며 세계적 경영학자인 짐 콜린스가 언급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폐가전 무상 방문수거 서비스를 모르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많다고 한다. 보다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고, 중·소형 폐가전의 단독 배출, 가구류 배출 등도 허용될 수 있도록 정부, 가전업체, 지자체의 추가적 관심과 투자를 촉구한다.
자원 재활용 정책을 담당하는 환경부도 국내 가전업체의 투자에 상응하는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고, 폐가전 외에 다른 대국민 서비스 품목들도 추가로 찾아내어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친환경 국가로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2015-10-2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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