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달영 법무법인 에이펙스 변호사
수출 의존형 ‘절름발이 경제’ 상태를 넘어 미래 먹거리를 찾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던 우리 경제에도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 바로 외국인 전용 카지노 기반의 ‘복합리조트’(IR) 시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IR 사업자 선정을 위한 콘셉트제안요청(RFC)에 34개 업체가 신청했다.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걱정하던 정부로서는 본격적인 새로운 먹거리 IR 산업시장을 여는 데 동력을 얻은 셈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논어의 선진편(先進篇)에 나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 IR 시장에서 다양한 재료(34개 신청 업체)들이 나온 건 좋지만 일부 지역에 편중돼 필요 이상의 재료들이 공급되면 국내 IR 시장의 미래는 장밋빛만은 아닐 것이다. 시장은 항상 수용 능력의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특히 수도권 IR 시장은 인천 영종도에서 공사 중인 파라다이스시티와 곧 사업에 착수할 LOCZ코리아를 포함하면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모두 5곳으로 늘어난다.
수도권에 더이상의 복합리조트 허가는 자칫 업계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사업을 추진 중인 두 곳의 투자금은 4조원. 2017년 이후 이들이 정상적인 영업을 하려면 연간 87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인천 카지노 1곳 매출액(1086억원)의 8배, 기존 수도권 4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전체 매출액의 무려 88%에 달하는 수준이다. 정상 영업이 힘들다는 얘기다.
게다가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 시장은 외부 환경 요인에 매우 취약하다. 최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와 중국 정부의 규제로 GKL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5.0% 증가하는 데 그쳤다. 파라다이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반 토막 났다. 막연한 장밋빛 전망이 IR 시장의 ‘숨통’을 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 IR 시장 규제는 지방경제 활성화와 IR 산업의 중앙과 지방의 균형발전이라는 명분과 실리에서 더 큰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균형’이다. 수도권발 공급 과잉에 따른 IR 산업 공멸을 막고, IR과 연계된 시장·지방경제·지역관광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해결책이 지방의 IR이다. 현재 부산, 여수, 진해, 춘천 등에서도 IR 유치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지역관광 활성화 거점으로서의 관광 매력도도 상당히 높은 곳들이다. 이미 인프라가 구축된 곳도 있다. 다양한 외래 관광객들을 곳곳에 분산시켜 리스크를 줄일 수도 있다. IR 시장도 살리고, 국가 균형 발전도 이룰 수 있는 ‘카드’다. 정부가 시장의 현실을 냉정하고 현실적으로 판단해 경제도 살리고 지역 균형 발전도 이룰 수 있는 ‘카드’를 잘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5-08-2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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