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테헤란로의 번영’ 재현할 이란/김영학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기고] ‘테헤란로의 번영’ 재현할 이란/김영학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김균미 기자
입력 2015-07-26 18:12
수정 2015-07-26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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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학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김영학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세종로, 을지로, 종로.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지명들 속에 유독 낯설게 여겨지는 도로명이 있다. 강남의 테헤란로가 그곳이다. 시원하게 쭉 뻗은 왕복 10차선의 대로에 빈틈없이 들어선 차들로 언제나 불야성을 이루는 서울의 대표적 번화가 테헤란로. 사실 테헤란로는 중동건설 붐이 한창이던 1970년대, 이란의 수도 테헤란과 서울이 자매결연한 것을 기념해 붙인 이름이다. 오늘날 테헤란로는 수많은 기업과 금융기관이 밀집해 ‘대한민국’의 번영을 대표하는 곳으로 자리잡았지만 우리 수출기업들에 이란은 멀고도 위험한 시장이었다.

79년 원리주의 종교지도자 호메이니의 이슬람 혁명과 오일 쇼크, 학생 시위대의 이란 주재 미국대사관 점거 등 이란은 미국과 서방세계의 대척점에 서 있었다. 8000만명이 넘는 중동 최대의 인구와 풍부한 지하자원을 가진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들에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그림의 떡’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핵협상 타결에 따른 이란의 국제사회 복귀로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수출시장 확보는 물론이고 석유매장량 세계 4위의 자원 부국인 이란의 원유 수출이 재개되면 중장기적인 국제유가 안정으로 우리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우리 수출기업들의 이란시장 진출 전략 수립과 실행의 경험은 향후 남북경협에도 소중한 ‘예행연습’이 될 수 있다. 북한이 전격적으로 핵개발을 포기하고 개혁개방의 길로 나서면, 이란과 마찬가지로 남북 간의 경협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빗장이 풀린 황금시장을 글로벌 기업들이 놓칠 리 없다. 향후 10년간 20조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이란의 노후 항공기 교체시장을 노리고 보잉과 에어버스가 이미 경합 중이고 정보기술(IT) 공룡 애플도 이란 진출을 탐색 중이다. 우리 기업들의 발 빠른 시장진출 전략이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가장 위험한 곳에서 수출기업들과 함께하는 무역보험공사의 발걸음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공사는 이미 올해 5월 이란 핵협상 잠정합의를 기점으로 이란에 수출하는 우리 중소기업에 대한 부보율(보험책임비율)을 기존 80%에서 90%로 상향하고 무신용장 거래도 최장 180일까지 무역보험 가입이 가능하도록 조치해 이란 수출의 물꼬를 차근차근 열어 가고 있다.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사격에 나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이란 경제공동위원회’의 하반기 개최를 추진하고 무역보험 인수 제한 요건의 추가 완화 및 폐지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80만 달러에 그쳤던 대이란 무역보험 지원 실적은 올해 상반기에만 5000만 달러를 넘어서 향후 수출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쿠바의 개방과 이란의 핵협상 타결에 따른 국제사회 복귀 등 일련의 변화는 우리 수출기업에 많은 점을 시사한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는 ‘무역전쟁’의 시대에 더 많은 중소·중견기업들이 이란 시장의 문을 두드리길 기대해 본다. 70년대 오일 쇼크를 중동진출이라는 ‘역발상’으로 극복했던 우리 수출기업들의 저력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2015-07-2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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