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 삶의 질 잘 챙겨야 할 여의도/이성규 서울시립대 사회정책학과 교수

[기고] 국민 삶의 질 잘 챙겨야 할 여의도/이성규 서울시립대 사회정책학과 교수

입력 2015-07-23 22:52
수정 2015-07-2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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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 한국장애인재단 이사장·서울시립대 교수
이성규 한국장애인재단 이사장·서울시립대 교수
요즘 두 가지 일로 착잡하다. 하나는 소가 들어갈 수도 없는 집에 소를 몰아넣고 있는 복지행정이고, 다른 하나는 소 잃고도 외양간을 못 고치는 보건행정이다. 지난 7월 1일부터 국민기초생활제도가 맞춤형 급여 시스템으로 전환되면서 일괄적으로 지급되던 급여가 생계, 의료, 주거, 교육 영역으로 수급자들을 분류해 지급되게 됐다. 복지의 체감을 높이고 낭비를 줄이는 매우 의미 있는 전환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최근 어느 동주민센터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피곤한 표정과 음성을 접하고는 가슴이 쓰렸다. “복지부에서 내려온 할당을 채우려니 너무 힘들어요”라고 어려움을 호소해 “그게 뭔데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자율형목표관리제’에 대한 설명이 돌아왔다. 맞춤형급여신청이 부진하자 각 구청에 할당을 내려보내 신청률을 높이려는 귀에 익숙한 내용이었다. 학술적 호기심에 현장 여러 곳을 다녀보면서 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강제 할당으로 신청을 부추겨 놓고 부적합 판정을 내리는가 하면, 국토교통부에서 지급하는 주거 급여가 수급자 생성이 미약해 주택조사를 하다 변경하여 혼선을 초래하고, 공공임대주택 거주자에게는 LH, SH 등 기관의 가상계좌를 통해 지급해야 하는데 개인 계좌로 입금되는 등등. 시행 초기의 혼선은 어느 정책이나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경우는 사전 준비와 부처 간 협력체계가 부족한 한국형 부처절벽 현상이 융합돼 있는 것 같아 씁쓸했다.

또 하나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사후 조치를 보면서 느끼는 소회다. 정부에서 준비는 하고 있겠지만 국민들이 기다리고 있는 권역별 공공의료체계 구축, 감압병동 및 격리병원 완비 등 보건 인프라에 대한 청사진이 아직 나오고 있지 않다. 언론을 보면 장관을 의사 출신으로 하자느니, 보건담당 차관을 신설하자느니 하는 얘기들만 난무한다. 2003년 사스에 잘 대처했다는 말을 필자는 다른 각도에서 본다. 초반 대처는 잘했다지만 그 후 공공의료 체계의 중요성을 알고 정책적으로 반영한 것이 뭔가. 그런 사태 이후 행정은 국민들의 ‘위기 망각의 강’에 올라타 유유자적하다가 오늘과 같은 사태를 맞지 않았을까. 메르스 사후 대책에 필요한 예산을 두고도 정쟁을 하는 것을 보면 대응 수준이 2003년 사태 이후보다 나아질 수 있을지 걱정된다.

곧 휴가가 본격화된다. 국민들은 당정청과 여야가 국민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에 대한 궁리로 땀 흘리는 진정성을 인식한 후에야 쉴 수 있을 것 같다. 메르스를 정치공세용으로 활용하던 정치권이 이제는 국가정보원 직원의 자살을 두고 또 공세를 벌이고 있다. 이런 문제는 전문가로 구성된 믿을 수 있는 조사단과 여야 정치권이 사실관계를 확인하면 된다. 여의도의 창과 방패를 통한 공세 정치 때문에 오히려 국가 기밀이 누설될 수 있고 국민의 행복에 관해 머리를 맞대는 살림정치를 위한 에너지가 소진되면서 국민의 정치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줄어들 것 같다. 보건복지 관련 인프라 확대를 포함해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에 계류 중인 민생경제 관련 법안들로 눈을 돌려 비전과 내용 있는 토론을 하는 여의도만이 고단한 국민에게 쉴 수 있는 여름을 줄 것이다.
2015-07-2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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