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군복무, 자랑스러운 명예가 돼야/박창명 병무청장

[기고] 군복무, 자랑스러운 명예가 돼야/박창명 병무청장

입력 2015-06-25 17:56
수정 2015-06-2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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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명 병무청장
박창명 병무청장
“이곳은 생각보다 정말 비참하고 참담하고 너무나 어렵고 힘든 곳입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폭음 속에서 놀란 가슴을 움켜쥐고 빗발치는 총탄 속에서 붉은 피에 물들어 죽어 가는 전우들을 보면 몸서리치게 부모님이 그립습니다. 집에 돌아가고도 싶지만 나라를 잃으면 가족들도 잃는 것이라는 대대장님의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기고 용기를 내어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꼭 집으로 돌아가 그리운 어머니의 쑥개떡을 먹기를’ 간절히 바랐던 학도병은 그러나 6·25전쟁 최대 격전지 중 하나였던 낙동강 다부동 전투에서 무수한 또래 전우들과 함께 장렬히 산화했다. 그의 나이 17세. 요즘 같으면 부모 품에서 사랑받으며 꿈을 키워 갈 나이에 소년병은 포탄이 빗발치는 전장 한복판에서 감당하기 힘든 죽음의 공포와 싸우다 짧은 삶을 마감했다. 생전에 그가 남긴 한 통의 편지에는 위기에 내몰린 조국을 지키겠다는 충정과 함께 가족의 곁으로 돌아가고 싶은 10대의 소박한 염원이 담겨 있다.

조국을 위해 일신의 안위를 저버린 사람이 어디 그뿐이랴. 아직도 이 땅 곳곳에는 6·25전쟁 당시 전사했으나 유해를 찾지 못해 시신조차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선열들의 흔적이 가득하다. 과거 사단장 복무 시절 국군 유해 발굴사업을 수행하며 어렵사리 찾아낸 국군 용사의 시신과 유품에 가슴 먹먹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국민 개개인이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을 다할 때 국가는 튼튼하게 뿌리내리고 번영한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병역의무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국가의 존립과 직결되는 의무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충실히 이행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아직도 부당한 방법으로 병역의무를 기피하려는 이들이 있어 안타깝다. 이는 병역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대다수 젊은이들에게 박탈감을 안겨 주는 부도덕한 행위이며, 국민 통합을 저해하고 국가의 근간을 뒤흔드는 범죄행위다.

병무청은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병역 기피자 인적사항 공개제도’를 도입하고 다음달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이는 병역 기피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고 성실한 병역이행 풍토를 조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 병역을 기피한 사람에 대해 형사처벌은 물론 인적사항 공개를 통해 자발적인 병역 이행을 이끌어 내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성실하게 병역을 이행한 대다수 젊은이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정착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새 제도 도입에 따라 입대 시기가 됐는데도 귀국하지 않고 불법으로 외국에 체류하고 있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징병검사를 받지 않거나 입영(또는 소집) 통지서를 받고도 불응한 사람은 신상 정보가 공개된다. 공개되는 사항은 기피자의 성명, 나이, 주소, 기피 일자, 기피 요지 등이다. 다음달 1일 이후 기피한 사람부터 적용되며, 공개된 인적 사항 등은 기피자가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등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병무청 홈페이지에 게재된다.

호국보훈의 달도 얼마 남지 않았다. 몸 바쳐 지킬 조국이 있음에 감사하고 기꺼이 자신을 내놓았던 순결한 넋들을 기린다면, 병역 의무는 피하면 좋은 무언가가 아니라 앞장서 실천해야할 자랑스러운 명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2015-06-2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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