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 IDB 총회에 거는 기대/차문중 KDI 산업·서비스 경제연구부장

[기고] 부산 IDB 총회에 거는 기대/차문중 KDI 산업·서비스 경제연구부장

입력 2015-03-23 18:06
수정 2015-03-24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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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문중 KDI 산업·서비스 경제연구부장
차문중 KDI 산업·서비스 경제연구부장
중남미 28개국의 공동 발전과 경제 통합을 위해 설립된 미주개발은행(IDB)이 미주투자공사(IIC)와 함께 오는 26일부터 나흘간 부산에서 연차총회를 연다. 우리나라는 3차에 걸친 협상 끝에 2005년 비로소 IDB에 가입했다. 우리는 왜 그 먼 곳의 개발은행에 가입하기 위해 범정부적 노력을 기울였을까. 적어도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IDB 발주 프로젝트와 조달 시장에는 회원국만 참여할 수 있다. 실제 IDB 가입 후 우리 기업들은 총 7억 6000만 달러에 이르는 IDB 차관사업과 기술협력 프로젝트 등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둘째, 우리 재화와 서비스의 중남미 시장 접근성이 강화될 수 있다. IDB 가입 이후 한·중남미 교역 규모는 2005년 220억 달러에서 2013년 547억 달러로 두 배 반 이상 증가했고, 2013년에만 약 180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직접투자 역시 5억 6000만 달러에서 32억 달러로 다섯 배 이상 증가하는 등 양 지역의 경제관계는 빠르게 돈독해졌다. 셋째, 공동 발전을 위해 노력하며 상호 이해를 증진할 수 있다. 역외 국가로서 중남미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중남미 국가들과의 신뢰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 IDB 연차총회를 우리나라에서 개최하는 것은 이러한 세 가지 편익을 더욱 강화시킬 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무대에서 우리의 존재감과 브랜드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가 IDB에 가입한 지 10년이 흐르는 동안 중남미 지역은 인구 6억명, 국내총생산(GDP) 6조 달러의 떠오르는 전략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자원도 풍부하며 성장 잠재력도 높아 우리 경제와 매우 높은 보완성을 지닌다. 이렇게 좋은 시장을 다른 나라들이 뒷짐지고 바라보고만 있을 리 없다. 중국과 일본은 이미 대규모 금융지원, 투자약속 등을 통해 이 지역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이 경제대국들과 돈 자랑을 하며 겨룰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비책은 무엇일까. 바로 세계적 석학 루카스 교수가 ‘기적’이라고 명명했던, 그들에게는 신데렐라 이야기처럼 경이롭고 환상적인 경제발전 경험이다.

지난 1월 필자가 IDB에서 우리 경제의 발전 과정에 대해 발표한 후 IDB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회의에 참석한 중남미 정부, 연구기관, 대학의 전문가들에게 절규하듯 소리쳤다. “우리가 더 잘살았었잖아. 그런데 지금 한국보다 잘사는 나라가 하나라도 있습니까. 도대체 지난 50년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이번에 한국에 가서 그 비결을 배워야 한다고.”

우리는 자원도 없고 국내 시장도 협소했지만 기적 같은 경제발전을 이루어 냈다. 우리 경제가 성장의 마법을 잃어 가는 지금 이번에는 풍부한 자원, 시장, 그리고 잠재력을 지닌 중남미 경제가 기적같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것이다. 양 지역의 미래를 이끌 젊은이들의 유스포럼,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비즈니스 서밋과 더불어 경제발전의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지식공유포럼이 이번 연차총회와 함께 열리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 매우 미래지향적이고 시의적절하다. IDB 부산연차총회가 중남미에는 한국 붐을, 우리나라에는 중남미 붐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2015-03-2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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