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호 건축디자인실험집단 EON 대표·시인
최근 이러한 문화 소외 지역을 찾아가 문화를 통해 개인과 사회를 질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에 참여하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에서 시행하는 ‘문화로 행복한 공간 만들기’ 사업이 그것이다. 사업 대상지로 소년원과 군 사회, 복지시설을 주목한 것은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교육과 재활, 또는 국토 방위의 목적으로 일정 기간 개인 생활을 접어 두며 사회와 격리된 상태에 있는 소년원과 군은 위에서 말한 좁은 의미로서의 문화와 자주 접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 개인이 규칙과 제도에만 얽매여 있을 때 개인은 사라지고 규칙과 제도로 자기를 규정해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부정적인 경우에는 인간이 사라지고, 서열이나 강제가 마치 당연한 것처럼 인간을 대체해 버리고 만다. 그런 의미에서 소년원과 군 사회에 주목한 것은 매우 적절한 선택이었다.
더구나 ‘문화로 행복한 공간 만들기’ 사업은 단순히 전시를 열고 몇 차례 공연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먼저 사업 대상지에서 유휴 공간을 찾았다. 이어 이 공간을 재탄생시켜 줄 건축가를, 여기에 문화적 요소를 채워 줄 문화기획자를 각각 선정했다. 이후 현장 워크숍을 통해 해당 공간을 실제 사용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사항, 새로운 아이디어, 그들의 꿈과 가능성 등을 프로젝트에 반영할 수 있었다.
군부대의 낡은 강당을 문화공간으로 만드는 일을 맡은 필자는 이로 인해 생겨나는 새로운 시너지 효과도 확인할 수 있었다. 군에는 사회에서 디자인, 음악 등 문화예술을 전공한 병사들이 이미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었다. 연기하고 노래하는 것은 계속하던 일이지만 기획과 연출을 하고 각본까지 직접 짜며 극 전체를 구성하는 일은 사회에서도 꿈꾸어 보지 못한 일이다. 우리는 병사들에게 이런 기회를 주며 역량을 강화시키고 이것이 사회에 나가 소중한 경험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가능성을 위해 적절한 공간을 만들고, 그들의 역량을 키워 줄 조력자가 지원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소외 지역에 ‘문화’를 더한다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배부른 소리가 아니다. 단순히 공간의 리모델링이나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으로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그 공간을 통해 여러 문제들을 조화롭게 풀어내고,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가능성까지 발견해 주는 것. 이것이 손길이 쉬 닿지 않는 그곳에 문화를 더해 줘야 하는 이유다.
2015-02-0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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