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울안보대화, 대한민국 또 다른 도전/백승주 국방부 차관

[기고] 서울안보대화, 대한민국 또 다른 도전/백승주 국방부 차관

입력 2014-11-12 00:00
수정 2014-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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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주 국방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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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학자 아미타이 에치오니는 국가 간 협력과 통합에서 가장 마지막 단계에 진행되는 것이 국방 및 군사 분야의 협력이라고 했다. 그만큼 지구촌 인류의 과제 가운데 국방 분야에서의 국제적 공감대 형성과 협력이 가장 어렵다는 얘기다.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진행된 2014서울안보대화(SDD)는 그런 점에서 우리뿐 아니라 이런저런 국익들이 대립하고 협력하는 지구촌 주요국들이 함께 시도하는 도전의 무대라고 할 수 있다.

올해로 세 번째 열린 SDD에는 24개 나라와 3개 국제기구의 국방·안보 분야 대표들이 참가했다. ‘갈등에서 협력’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의미는 차관급 국방 당국자들이 평화와 협력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공유하고 서로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다. 주요국 차관급 국방 당국자들의 만남 자체가 신뢰 구축 과정의 의미 있는 진전인 것이다.

특히 주최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안보 비전과 국방 정책에 대한 참가국들의 이해도를 높인 점은 큰 성과로 꼽힌다. 우리 정부 참가자와 전문가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평화협력구상’, 그리고 한반도 통일 비전을 소개했고, 각국 전문가들로부터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비판과 조언을 들었다. 특히 독일 통일 과정에서 구동독 지역 초대 사령관과 독일 국방차관을 역임한 요르크 쇤봄은 ‘통일을 위해 주변국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해 많은 공감을 얻었다. 중국 대표는 공개적인 회의 석상에서 우리 통일 정책에 대해 깊은 이해와 관심을 보여 주기도 했다.

SDD가 지닌 또 다른 의미는 사이버안보 논의다. 우리는 2012년 첫 회의 때부터 글로벌 차원에서 부각되고 있는 사이버안보 이슈를 지속적인 과제로 선점해 관심과 호응을 유도해 왔다. 사이버안보에 대한 각국 전문가들의 거대 담론과 실무정책을 연결시켜 조직화하는 노력을 벌임으로써 SDD를 격이 다른 안보대화로 이끌어 온 것이다. 정부는 서울을 사이버안보 논의의 중심 도시로 만들어 갈 것이다.

이번 SDD는 물론 아쉬움과 과제도 남겼다. 많은 국가들이 북한 대표의 참가를 기대했으나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그리고 갈등에서 협력으로 이끌어 갈 공동입장, 공동선언 등을 만드는 문제도 미루어야만 했다. 남미와 유럽 국가들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아시아·태평양을 넘어선 글로벌 의제를 찾고, 해결점을 모색해야 할 과제도 주어졌다. 그럼에도 올 SDD는 정부의 핵심 비전인 신뢰외교와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국방부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가능성과 역량을 확인해 줬다. 참가국 대표 간 양자 및 다자 대화는 향후 서로의 정치적·군사적 신뢰를 높이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아울러 SDD 참가국 대표 간에 축적된 우정은 국가 간 갈등이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평화와 협력으로 가는 문을 여는 행운의 열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SDD는 눈앞의 이익보다는 장기적 안목에서 참가국 모두가 안보상의 이익을 얻는 포럼으로 나아갈 것이다. 평화와 협력을 위한 국제환경 조성에 우리 정부가 앞장설 것이다. 북한이 SDD에 동참할 날을 기대한다.
2014-11-1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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