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왼쪽)와 만화로 형식을 바꾼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새움 출판사 제공
그 시작은 1993년 한 문제작으로부터였다. 한국에서 사는 30대 중반 이상이라면 모를 수 없는 장편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일본이 독도를 공격하고, 한국은 핵무기를 비밀리에 개발한다. 일본이 독도를 먼저 침공하자 핵무기로 일본을 공격해서 항복을 받아낸다는 발상은 당시 좌우 진영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당시는 1991년 12월 한반도 비핵화를 골자로 하며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의 잉크도 마르기 전이었다. 핵을 개발해서 누군가를 공격한다는 것은 결코 환영받기 쉬운 논리가 아니었다. 그랬기에 군국주의를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역 군국주의를 조장한다, 대중의 얄팍한 국수주의적 정서에 기댄다는 혹평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역사 속에서도, 현실 속에서 여전히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낀 지냈던 약한 나라 국민의 답답함을 갖고 있던 대중은 ‘무궁화꽃…’을 통해 속이 뻥 뚫리는 듯한 후련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지금까지 무려 700만부 이상이 팔린 전무후무한 베스트셀러였으니 김진명의 문제성은 이렇게 또다른 팬덤과 맞닿아 있었다.
그렇게 조금씩 잊혀져가던 그의 장편소설이 26년이 흐른 2019년 만화의 형식으로 몸을 비틀어 다시 나타났다. 제목도 또다른 시의를 반영한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그림 백철/ 새움). 여러 의미를 곱씹게 한다. 지난 8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담긴 핵심 표현이다. 강제징용, 위안부 등 일제 강점기의 과거사 문제를 정리하며 겪는 진통 속에서 흔히 ‘기묘왜란’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일본과 갈등과 대립이 최고조로 치닫는 시기다. 일본의 초계기 위협 비행 사건, 대한 수출 규제 등 경제적 침략으로 인한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선언 등 강대 강 대결 국면은 누군가에게는 위태로워 보일 테고,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자존심의 영역이었을 테다. 또한 미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안에 굴욕감을 느끼며 ‘자발적 반미’ 움직임까지 나타내는 점도 무관하지 않다. 최근 뉴욕, LA 등 미국 한인 사회에서 이 책을 통해 부는 ‘애국 독서 열풍’ 또한 최근 한국이 겪고 있는 냉엄한 현실과 밀접히 맞닿아 있다.
소설가 김진명
박록삼 논설위원 youngtan@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