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책 신뢰 위협하는 환경부의 오락가락 탁상행정

[사설] 정책 신뢰 위협하는 환경부의 오락가락 탁상행정

입력 2020-06-22 20:18
수정 2020-06-23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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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어제 ‘제품의 포장 재질·포장 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일명 재포장금지규정)의 시행 시기를 내년 1월 이후로 연기했다. 당초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더 청취한 뒤 해당 규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18일 재포장을 금지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었다. 과대포장을 줄여 환경오염을 줄이겠다는 내용이었지만 시장에서는 1+1 묶음 판매 등 재포장을 통한 각종 할인 판매 자체를 금지하라는 것으로 알려져 생산기업뿐 아니라 유통업계, 소비자 모두에게 혼란이 빚어졌다.

이미 지난 1월 제도 시행을 예고한 뒤 별다른 조치도 없다가 시행을 코앞에 둔 시점에 시장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데 대해 불만이 높다. 환경부는 재포장을 금지하는 것으로 생활폐기물의 35%를 차지하는 포장폐기물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환경부가 포장재의 위해성이나 환경오염 문제 지적을 넘어 제품의 판매 방법까지 규제에 나선 게 아닌지 의구심을 키웠다. 재포장금지규정의 시행시기를 늦춘 것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데서 빚어진 고육책이 아닐 수 없다. 오락가락하는 탁상행정 때문이란 비판을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부 정책은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사소한 규정일지라도 충분히 검토되고 검증된 후에 발표, 시행돼야 한다. 교육이나 부동산, 환경 정책 등은 그 파장이 후세에도 미칠 수 있는 만큼 충분히 논의되고 이중삼중의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지난 17일 발표한 21번째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도 벌써 추가 대책이 거론되고 있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부동산 정책이 너무 즉흥적인 땜질 처방식이란 말이 왜 나오는 것인지 되짚어 봐야 할 것이다. 빠른 처방보다는 제대로 된 처방이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2020-06-23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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