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관 없는 경제관계장관회의 뭐하러 하나

[사설] 장관 없는 경제관계장관회의 뭐하러 하나

입력 2016-10-21 17:52
수정 2016-10-2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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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에서 정작 주요 경제 현안들을 논의하는 경제관계장관회의가 유명무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형식에만 치우쳐 제 역할을 못 하다 보니 장관은 대부분 빠지고 차관들이 자리를 채우는 모습이 되풀이되고 있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회의엔 참석 대상인 16개 부처 장관 중 3명의 장관만이 참석했다. 나머지 부처에선 차관이 대신 참석했다. 외양으로만 보면 장관회의라기보다는 차관회의라고 부르는 게 적절할 듯싶다.

경제관계장관회의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이후 열렸다. 경제부총리 주재로 경제 현안을 논의하고,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하는 자리다.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 경제 부처들과 행정자치부, 보건복지부 등 사회 관계 부처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 등 17명이 공식 멤버다. 격주로 수요일에 회의가 열린다. 문제는 회의에 내실이 없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통상적으로 공식 안건을 올린 부처만 장관이 참석하고 나머지 부처에선 차관이 참석하는 게 관례라고 한다. 부처마다 말로는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막상 현안을 논의해 해법을 찾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

물론 회의 때마다 모든 장관이 참석해야 꼭 밀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장관들이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장을 만들어 놓고 관례적으로 차관들이 참석하는 게 자연스럽지는 않다. 게다가 유일호 경제 부총리는 19일 회의에서 매주 경제 부처 장관만 참석하는 경제팀 회의를 개최해 필요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최근 부동산 과열 등 주요 경제 정책에서 혼선이 빚어지자 위기관리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결국 현재의 경제관계장관회의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점을 자인한 셈이다. 위기 때마다 회의체를 만들어 보여 주기식 정책을 되풀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몇 달 전에도 정부는 조선·해운업 사태에서 정책 혼선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부총리 중심의 회의체를 운영하겠다고 나선 적이 있다. 그러나 제 역할을 했는지 의문이다.

회의체만 많이 만든다고 해법이 찾아지는 것은 아니다. 하나를 만들어도 내실이 있어야 한다. 한국 경제는 현재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경제 부처 수장들이 집합하는 경제관계장관회의가 지금처럼 무기력하게 운영되면 위기 극복은 난망할 수밖에 없다. 문제의 본질은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라는 뻔한 진실을 정부만 잊고 있는 듯하다.
2016-10-2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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