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檢, 가습기 사태 정부 책임도 분명히 가려야

[사설] 檢, 가습기 사태 정부 책임도 분명히 가려야

입력 2016-07-13 21:10
수정 2016-07-13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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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책임이 관련 기업들에만 있다고 보는 사람은 지금 거의 없을 것이다. 눈앞의 이익을 앞세워 생명을 경시한 악덕 기업의 부도덕성이야 눈곱만큼도 동정할 여지가 없다. 그와 동시에 철저히 책임이 가려져야 하는 쪽은 다름 아닌 정부다. 정부와 관련 책임자가 누구인지 한창 진행 중인 검찰 수사를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 까닭이다.

그런 사정인데 검찰이 정부 책임을 제대로 따져보기도 전에 한 발 빼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니 걱정스럽다. 검찰은 관련 부처 공무원들을 소환해 조사하는 중이다. 정부 책임을 따지는 수사 범위는 가습기 살균제가 출시된 1996년부터 20년간이다. 검찰은 대부분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그마저도 법리상 직무유기죄 정도만 적용할 수 있어 실질적인 처벌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지레 앓는 소리를 내지 않아도 수사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는 있다. 가습기 사태는 정권이 몇 번이나 바뀌면서 진행된 해묵은 사건이다. 결정적 고비마다 정부 당국과 관계자들이 어떤 실수와 오판을 했으며 책임을 방기했는지 규명하는 작업이 쉬울 리 없다. 그렇다고 공무원 형사처벌 불가론부터 앞세우며 소극적인 수사를 한다면 그 결과를 누가 납득하고 신뢰하겠는가.

가뜩이나 늑장 수사로 정부만큼이나 검찰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중대 사건이다. 치명적 유해물질이 15년이나 시중에 버젓이 유통되면서 인명 피해가 속출했는데도 정부나 검찰이나 움직이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일들이 한둘 아니다. 환경부는 가습기 살균제의 주요 성분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PHMG)을 유독물이 아니라고 고시했다가 15년이 지난 2012년에야 유해물질로 지정했다. 피해가 줄을 잇는데도 아무 조치 없이 미적댄 것도 도무지 석연치 않은 일이다. 직무태만인지, 기업 유착이 있었는지 반드시 가려야 한다.

지금이라도 검찰은 수사 의지를 곧추 세워야 한다. 적극적인 수사 의지가 전제돼야 진실에 한 치라도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검찰은 애초에 정부를 수사 대상에 넣지도 않으려다 국회가 국정조사를 결정하자 태도를 바꿨다. 국정조사 면피용으로 대충 넘길 생각은 접어야 한다. 가습기 살균제에 안전마크까지 붙여준 정부의 행위는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2016-07-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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