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관 여고생 성관계’ 경찰청장 책임 못 면해

[사설] ‘경찰관 여고생 성관계’ 경찰청장 책임 못 면해

입력 2016-06-29 23:00
수정 2016-06-30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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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드러난 부산 학교전담경찰관들의 여고생 성관계 사건에 부모들은 식은땀이 난다. 딸을 키우는 부모라면 대문 밖으로 아이를 내보내는 일 자체가 모험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학교폭력을 예방하라고 학교에 투입된 경찰관이 몹쓸 짓을 한 것도 기가 막힌데, 이를 덮으려 쉬쉬한 경찰 조직의 후안무치에 분노가 치솟는다. 늦었지만 대충 넘어가지 못할 일이다. 문제 경찰관이 근무한 연제경찰서의 서장 대기 발령 정도로 꼬리 자를 사안이 결코 아니다.

이번 사건은 지난주 전직 경찰 간부가 페이스북에 고발하지 않았더라면 완전히 덮였을 수 있다. 사태가 확산되자 부산지방경찰청은 몰랐던 일이라면서 조사에 나섰다. 이미 지난달 초 아동보호기관에서 사실을 전달받았으면서 시치미를 뗀 것이다. 경찰청도 일찌거니 알고도 뭉갠 정황이 역력하다.

경찰이 본연의 임무를 팽개쳤다고밖에는 볼 수 없다. 경찰관은 음주운전으로 걸려도 윗선까지 즉각 보고되는 것이 상식이다. 하물며 이런 위중한 사건이 보고 계통을 밟지 않고 문제 경찰관들의 사표만 받고 조용히 마무리됐다는 말을 믿을 사람은 없다. 이상식 부산경찰청장은 그제 때늦은 사과를 했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나 있는지 의문스럽다. 뒷북 수습에 나섰으면서 “(본인의) 사퇴를 염두에 둘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니 할 말이 없다. 입에 담기 어려운 사건이 관할 지역에서 두 건이나 동시에 터졌는데, 치안 책임자가 책임 회피 발언을 거리낌 없이 했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경찰 간부의 인식 수준이 이런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어제 국회 업무보고에서 등 떠밀린 대책을 내놓았다. 해당 경찰관들에 대한 의원면직 발령을 취소해 퇴직금을 환수하고 책임자들을 징계하겠다는 것이다. 악화 여론에 몰리자 어쩔 수 없이 수습에 나서는 것이 경찰청장의 역할인지 딱할 뿐이다. 경찰 안팎에서는 임기를 두 달 남긴 강 청장이 사건을 묵인했다는 설왕설래가 나도는 판이다. 경찰관들의 처벌만으로 털고 넘어가겠다면 오산이다. 철저한 조사로 책임 소재부터 명백히 가려야 한다. 조직적 은폐 의혹을 벗지 못한다면 부산경찰청장, 강 청장은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학교폭력전담관 제도가 제대로 이름값을 하고 있는지 전면 재검토하는 작업도 하루가 급하다. 학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는 보완 대책을 내놓지 않고서는 불신 덩어리의 천덕꾸러기 제도가 될 뿐이다.
2016-06-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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