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년 실업 비웃는 고용세습 특권 뿌리 뽑으라

[사설] 청년 실업 비웃는 고용세습 특권 뿌리 뽑으라

입력 2016-03-29 22:36
수정 2016-03-29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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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경제단체가 그제 능력 중심의 채용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도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사회 불평등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우리 사회의 청년 실업 문제가 임계점에 달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고용노동부는 근로자 100명 이상 기업 2769곳을 대상으로 노사 단체협약 실태를 조사한 결과 업무상 재해를 당한 직원의 가족을 우선 채용하는 규정을 둔 사업장이 505곳으로 가장 많았고, 정년 퇴직자 자녀를 우선 채용하는 직장이 442곳이나 됐다고 밝혔다. 시대가 변했다고 하지만 사원들의 복지 차원에서 회사를 위해 일하다 불행을 당한 직원의 자녀에게 취업 기회를 주는 것을 비난할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국가가 국가 유공자에게 취업 기회를 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능력 유무와 상관없이 부모의 지위나 단체교섭의 특권으로 취업을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양질의 직장을 구하기가 어려운 현실에서 대기업의 블루칼라 고용세습도 이제는 시대 상황에 맞게 개선돼야 한다. 화이트칼라 고용세습도 마찬가지다. 기업마다 임원 출신 자녀들을 우선적으로 선발하는 현대판 음서제도가 공공연하게 존재하고 있다. 일부 대기업에서 적성검사 등 창의적인 면접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비교적 공정할 것으로 여겨지는 대학교 로스쿨 입학 전형에서도 면접을 담당하는 교수들의 정성평가가 당락을 결정한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반영돼 금수저 논란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공기업은 물론이고 민간기업의 고용 실태는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할 리가 없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정부는 공정한 채용을 위해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을 이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NCS는 산업 현장에서 직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과 기술, 소양 등을 산업부문별 수준별로 구성해 놓은 체계다. 산업 현장에서 곧바로 투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아직도 교육 현장과 산업 현장의 괴리가 크다는 것이 약점이다. 이를 활용하려면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

능력 중심의 사회가 되려면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그동안 누리고 있던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노동조합도 예외가 아니다. 시대의 변화에 걸맞게 고용세습의 기득권을 포기하는 게 마땅하다.
2016-03-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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