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권 지키려 ‘관피아법’ 제동 건 국회 법사위

[사설] 특권 지키려 ‘관피아법’ 제동 건 국회 법사위

입력 2014-12-06 00:00
수정 2014-12-06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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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엊그제 전체회의를 열고 퇴직 공직자의 취업 제한을 강화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일명 ‘관피아 방지법’ 처리를 보류했다. 관료들이 민간 단체로 진출해 비리를 저지르는 민관 유착의 적폐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드러남에 따라 마련된 법안에 제동을 건 것이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과 전문위원 심사보고서가 반대한 이유는 이 법안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고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제 열린 심사소위에서는 다행히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김영란법’처럼 이해관계에 얽혀 공전될 가능성도 있다.

법사위 의원들이 반대한 이유는 법안의 속을 들여다보면 명확해진다. 개정안은 공무원과 공직 유관단체 임직원의 퇴직 후 취업제한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 변호사·공인회계사·세무사 자격증 소지자가 법무·회계·세무법인에 재취업하려 할 때도 재산등록 의무자인 고위 공무원 및 공공기관 임직원도 취업 심사를 받도록 취업제한 규정을 강화했다. 종전 법안에서는 ‘사(士) 자’ 전문직 자격증을 가진 이들에게는 취업제한의 예외를 인정했으나 개정안에서 삭제하자 법사위원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국회 법사위원 16명 가운데 11명은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전직 판검사 출신도 다수 있다. 표면적인 반대 이유는 직업 선택의 자유이지만 사실은 제 식구를 감싸고 밥그릇을 지키려는 직역(職域) 이기주의의 속내가 뻔히 들여다보인다. 오죽하면 이상민 법사위원장조차 “변호사인 내가 봐도 변호사 국회의원들의 이기주의가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겠는가. 법사위의 변호사 특권 옹호는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변호사들에게 불리한 법안은 보류시키고 유리한 법안은 즉각 통과시켰다. 이기주의에 매몰된 이런 사람들이 국법을 공명정대하게 다뤄야 할 국회의원의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법조인의 전관예우는 관피아 비리보다 더 폐해가 크다. 1년에 수십억원을 벌면서 ‘유전무죄’ 논란을 일으키고 위화감을 조성하는 전관예우를 종식시키는 것은 국민적 과제다. 전관예우는 공정한 수사와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 폐단이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음에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것은 법조계 인사들의 기득권 지키기 영향이 크다. 재조 경력을 쌓은 뒤 정·관계로 진출한 변호사들은 자신들과 후배들의 특권 유지를 위해 결속했다. 그래서 법사위는 ‘변호사 권익옹호위’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법조인이라고 해서 관피아 척결의 예외가 될 수는 없다. 2011년 시행된 ‘전관예우 금지법’도 변호사들이 요리조리 빠져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2014-12-0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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