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말썽 많은 수능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사설] 말썽 많은 수능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입력 2014-11-19 00:00
수정 2014-1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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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가 낮아 변별력을 잃은 ‘물수능’ 논란에 이어 출제 오류가 또 발견돼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신뢰성이 땅에 떨어지고 있다. 재판 끝에 출제 오류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치욕을 당한 교육 당국이 한 해도 넘기지 못하고 또다시 같은 일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수능에서 문제가 된 문항은 생명과학Ⅱ 8번 문항과 영어 홀수형 25번 문항이다. 특히 영어 25번 문항에 나온 퍼센트(%)와 퍼센트 포인트의 차이는 상식에 속한다. 이를 출제자들이 몰랐다는 것은 그들의 자질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 먼저 당부할 것은 이번에야말로 오류가 있다면 신속히 인정하고 매듭을 지어야 한다. 지난해처럼 질질 끌었다가는 애꿎은 수험생들의 피해만 키울 뿐이다.

수능은 1994학년도 대입부터 도입됐으니 올해로 시행 21년이 됐다. 암기력 시험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학력고사의 폐단을 고치고 통합적 사고력을 측정하려는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전체 문항의 약 70%를 EBS 교재의 문제와 연계해서 출제함으로써 수험생들의 부담을 덜었다. 그러나 애초 내세웠던 목표 달성에는 사실상 실패했다. 일선 학교에서는 여전히 국·영·수 중심의 문제풀이식 교육을 하고 있으며 기대만큼 사교육비도 줄지 않았다.

무엇보다 큰 문제점은 ‘물수능’ 또는 ‘불수능’이라고 불리면서 해마다 난이도가 널뛰기를 한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런 오락가락식 출제가 대통령이나 장관의 한마디 때문이었다는 사실이다. 수험생이 무슨 실험동물도 아니고 바뀐 정권마다 수능을 이래라저래라 하니 시험이 장난인 줄 아는 모양이다. 이번 시험도 마찬가지였다. 만점자가 몇% 이상 된다면 변별력이 생명인 시험의 가치를 이미 잃었다. 그렇다고 수능 외의 다른 전형 수단들이 투명하고 공정한 것도 아니다. 형식적인 활동과 조작된 스펙을 써 넣은 학생부와 표절이 판치는 자기소개서 또한 믿을 것이 못 된다. 대학들이 수시모집을 줄이고 수능을 반영하는 정시모집 비중을 늘린 것도 그런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정부가 입시제도를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시행착오를 겪어 온 것도 수십 년이 넘는다. 그런데도 여전히 이 지경이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의 생각대로 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꾸려면 다른 보완적인 전형제도가 있어야 한다. 논술이나 학생부 외에 예를 들어 대학의 선발 자율권을 보장하는 방안이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본고사와 유사한 제도로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숙명적인 장애물에 봉착하게 된다. 학생부 전형 또한 앞서 지적한 대로 형식적이고 관대한 기재라는 문제가 있고 그전에 학교 간의 격차 반영에 대한 논란이 따른다.

그렇다면 결론은 수능밖에 없다. 점수를 컴퓨터로 채점하므로 수능만큼 객관적인 시험도 없다. 지금부터 어떻게 적정 난이도를 유지하고 출제 오류를 없앨 수 있을지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 출제위원의 자질을 높이고 합숙 기간을 늘려서라도 오류가 없도록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 문제은행식 출제는 문제 유출 등의 문제점을 극복해야 하니 쉽게 시행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차제에 문제 유형의 변화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학교 공부를 충실히 하고 단순 암기력이 아니라 폭넓은 사고력을 가진 학생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수능이 돼야 공교육과의 연계성을 높일 수 있다.
2014-11-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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