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배구 동메달 결정전 ㉡도쿄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폐회식
‘아레나’는 ‘경기장’이다. 고대 로마에서 원형 극장 한가운데 모래를 깔아 놓은 경기장을 가리켰다. 고유명사가 아니다. 이미 국어사전에도 올라 있지만 낯설다. 잘 전달되길 바랐다면 ㉠의 ‘아리아케 아레나’는 ‘아리아케 경기장’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나았다.
‘스타디움’도 ‘경기장’이다. 한데 규모가 제법 큰 경기장이다. 축구장이나 야구장처럼 관람석 규모가 큰 경기장을 흔히 ‘스타디움’이라고 부른다. 달리 부르는 쉬운 말은 ‘주경기장’ 또는 ‘경기장’이다. 올림픽 개회식과 폐회식도 주로 이곳에서 열린다. ㉡의 ‘스타디움’은 ‘주경기장’이어도 됐다. ‘아레나’나 ‘스타디움’보다는 ‘경기장’이 말하기 쉽고 듣기도 편하다.
스포츠에도 외래어와 외국어가 많다. 더 나은 우리말이 있어도 외국어를 쓰려는 경향이 있다. 인기 종목일수록 더하다. 일상에선 ‘준비운동’이나 ‘준비’라고 하지만, 이곳에선 ‘워밍업’이라고 많이 쓴다. “선수단이 워밍업을 하고 있다”에선 ‘준비운동’, “워밍업을 마친 김광현”에선 ‘준비’라고 하면 된다. ‘워밍업’이 말의 가치를 더 높이지 않는다.
운동경기는 대부분 상대와 대결하는 방식이다. 이런 상황을 가리킬 때 자주 쓰는 말은 ‘매치업’이다. 축구나 배구 같은 경기에서 서로 맞서서 대결하는 것을 뜻한다. “컵대회 매치업이 확정됐다”에서 ‘매치업’보다는 ‘대진’, “순위를 결정지을 수 있는 매치업”에선 ‘맞대결’이 잘 통한다.
‘세트플레이’도 흔히 보이는 표현 가운데 하나다. 축구를 비롯한 구기 종목에서 잘 쓰인다. 같은 뜻으로 ‘세트피스’라고도 한다. 2~3명의 선수가 상대편의 방어 형태에 따라 계획적으로 펼치는 공격 전술을 뜻한다. 한마디로 ‘맞춤전술’이다. “세트플레이를 빨리 가져가기 위한 연습”에선 ‘맞춤전술’, “세트피스는 약팀의 중요한 무기”에선 ‘맞춤공격’이라고 하면 쉽게 들린다.
구기 종목에선 ‘포메이션’도 자주 만날 수 있다. 축구에서도 공격이나 수비 형태를 말할 때 “3-4-3 포메이션”, “4-3-3 포메이션”이라고 한다. 팀의 편성 방법을 가리키는 말이다. ‘포메이션’ 대신 쓸 수 있는 말로 ‘대형’이나 ‘진형’이 있다.
‘펀칭’은 ‘쳐내기’, ‘펀칭하다’는 ‘쳐내다’로 바꿔 쓰면 더 쉽게 전달된다. 그러면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다. 운동경기 용어는 우리말로 표현하는 게 더 박진감 넘친다.
2021-08-2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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