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벌어진 ‘일베 공무원’ 임용 취소는 대표적 사례다. 경기도 7급 공무원시험에 합격한 A씨는 극우 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에 시험 점수 인증샷과 함께 합격 사실을 올렸다가 과거 행적에 발목을 잡혔다. A씨가 길거리에서 여성과 장애인을 몰래 촬영하고 그들을 조롱하는 글을 일베에 수시로 썼다며 임용을 막아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면서다. 경기도 인사위원회는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된 인터넷 사이트에 여성에 대한 성희롱과 장애인을 비하하는 내용의 글을 다수 게시해 임용후보자로서 품위를 크게 손상했다”고 판단하고 A씨의 임용후보자 ‘자격상실’을 의결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극적인 게시물로 조회수와 ‘좋아요’를 많이 얻으려는 심리에 자기과시와 우월감을 느끼려는 성향이 결합하면서 ‘일베 공무원’ 같은 결과를 낳게 된다”며 “가볍게 소통하는 온라인 환경에서 자기검열 없는 글쓰기가 습관이 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21세기 자승자박은 일베 사례에만 그치지 않는다. 요즘 연예인들은 인기를 얻게 되면 학창 시절 SNS 등에 적었던 글이 검증대에 오른다. 호감 이미지에 도움이 되는 글도 있지만 욕설·비하 표현 등이 발견되면 사과문을 쓰는 일도 부지기수다. 최근 층간소음 논란에 휩싸였던 연예인은 과거 블로그에 남긴 ‘무개념’ 행동이 끌어올려지며 질타를 받기도 했다.
개인용 SNS부터 온라인 커뮤니티까지 쉽고 가벼운 글쓰기는 많은 현대인들에게 일상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쓴 글이 어딘가에 영원히 남는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특히 문제의 소지가 있는 글이라면 뒤늦게 지우려고 해도 누군가가 ‘박제’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교수는 “감정이 격앙돼 있을 때는 SNS를 자제하고, 글을 쓸 때는 ‘조망 수용’(Perspective taking)을 통해 타인의 관점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tintin@seoul.co.kr
2021-02-0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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