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식의 슬기로운 과학생활] 코로나19로 달라진 대학 수업과 연구 환경

[한인식의 슬기로운 과학생활] 코로나19로 달라진 대학 수업과 연구 환경

입력 2020-08-24 20:22
수정 2020-08-25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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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식 기초과학연구원 희귀핵연구단장
한인식 기초과학연구원 희귀핵연구단장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모든 분야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대학도 예외일 수 없다. 대학은 곧 가을학기 개강을 하게 되는데 봄학기에 이어서 대부분의 수업이 온라인 강의로 대체될 것이라고 한다. 교수들은 다시 온라인 강의 준비에 바쁠 것이고, 국내외 학회 및 행사 취소 등으로 달라진 연구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온라인 강의는 언제든지 수월하게 녹화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작은 실수라도 생기지 않도록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강의 동영상을 사전에 녹화해 올릴 때 1시간짜리 수업 내용을 녹화해 보면 실제 동영상은 20분도 안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필자 주변 교수들도 현장 강의 때보다 온라인 강의 준비에 훨씬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한다고 한다. 시험조차 온라인으로 치러야 하므로 공정한 평가 방식도 모색해야 한다.

대면 수업에서는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반응도 살피면서 강의실 안을 왔다 갔다 해도 어색하지 않은데 온라인 수업에서는 그런 여유가 통하지 않는다. 수업 중 강사의 침묵은 학생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기 위해 필요한 요소인데 온라인 강의에서는 그저 연속성의 단절일 뿐이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동료 교수들과 미래의 강의 형태는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해 토론을 벌인 적이 있다. 빅데이터 활용, 3차원 홀로그래피 기술이 더 발전하면 온라인 수업과 대면 수업의 차이를 거의 못 느끼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아마도 강의 능력이 뛰어난 몇몇 교수의 강의에만 학생들이 몰려 결국에는 한두 명의 명강의 교수 수업 콘텐츠만 남게 되지 않을까란 얘기를 했었다. 또 실시간으로 통역해 주는 인공지능(AI) 덕분에 각 분야에서 글로벌 일타 강사가 나오지 않을까란 말도 오갔다. 코로나19로 인해 막연히 예측했던 미래는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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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의 전 세계적 확산 상황에서 교수들의 연구활동도 크게 달라졌다. 많은 국제학회가 취소됐거나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각종 행사도 줄어 그동안 미뤄 두었던 연구내용을 정리해 학술지에 투고하는 논문 수가 급격히 많아진 분야도 있다. 바이러스와 관련된 보건학, 의학, 면역학은 말할 것도 없고 팬데믹에 따른 사회적 재구조와 관련된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 등 분야에서는 더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반면 입자가속기처럼 해외 대형시설을 사용해야만 하는 필자 같은 실험 물리학자에게 올해는 최악의 시기이다. 외국 가속기 연구소들이 일시적으로 문을 닫아 예정된 해외실험들이 모두 취소됐다. 또 필자는 올 초부터 여러 국제학회에 초청을 받아, 작년 12월에 출범한 연구단을 적극 알리고 세계 유수의 학자들과 연구계획을 논의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학회가 취소 혹은 연기돼 너무나도 아쉽게 된 상황이다.

2020년은 우리 모두에게 고통과 함께 큰 변화를 준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대학도 큰 변화를 겪게 됐고, 교수법에 대한 패러다임도 바뀌는 계기가 된 한 해가 될 것이다. 코로나 이후에도 대학은 예전 같은 대면 강의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온라인 강의의 폭넓은 활용과 대면 강의가 절충된 새로운 교수법이 개발될 것이다. 수업과 연구가 주 업무인 교수사회는 코로나19보다 더 큰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언택트 시대의 새로운 도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다.
2020-08-25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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