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무림 서울대 의과학과 부교수
2. 코넬대학에서 근무하던 심리학자 데이비드 더닝과 저스틴 크루거는 특정 분야에 대해서 지식이 어느 정도 생기기 시작하면 그 개인의 자신감이 떨어진다는 현상을 기술했다. 아마 그 분야의 방대한 지식을 접하기 시작하며 스스로 겸손해지는 인간의 본능이리라. 하지만 더 흥미로운 것은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서는 오히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증가한다는 현상도 함께 기술했던 것이다. 이 현상은 “더닝 크루거 효과”로도 잘 알려져 있다.
3. 손꼽히는 공상과학소설가 중 한 명인 아서 C 클라크는 여러 촌철살인의 명언으로도 유명한데 그중 이런 말이 있다. “충분히 발전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 감이 잘 오지 않는다고?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핸드폰을 처음 본 조선시대의 선비를 상상해 보자.
4. 로봇의 3원칙을 제시한 것으로도 유명한 또 한 명의 출중한 소설가인 아이작 아시모프의 대표작인 ‘파운데이션’에서는 로마제국을 본뜬 은하제국이 등장한다. 엄청나게 비대해진 은하제국이 결국 몰락하고, 제국의 과학기술문명이 은하 곳곳에 미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된다. 정치가들과 과학자들은 어떻게 곧 도래하게 될 암흑기를 최소화하고 화려했던 문명을 유지할 수 있을지의 여러 방법을 고민한다. 이미 문명을 잃어버리고 야만화한 행성들에 어떻게 다시 과학기술문명을 심을 수 있을까? 그 한 가지 방법, 과학기술에 의한 각종 문명의 이기들을 마법으로 포장하고, 자신들을 마법사, 혹은 성직자로 선전해 야만인을 교화시키는 것이다.
당대의 최신 과학지식과 기술들로 세계를 보는 과학활동에 대해 의심을 가지고 이를 이용해 근거 없는 이론을 만들어 내는 유사과학, 혹은 과학이라는 이름하에 창궐하는 뜬금없는 소문들을 목도하는 것도 오래된 일이다.
코로나 사태로 우리는 심심치 않게 이러한 헛소문에 의한 웃지 못할 해프닝을 목격하고 있다. 네덜란드, 벨기에, 영국, 캐나다에서는 5G 타워가 코로나바이러스의 진원지라는 생각에 휴대폰 송신탑들이 불태워졌다. 이란에서는 알코올을 마시면 바이러스에 대한 소독이 된다는 말에 메탄올을 마셔서 700여명이 사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지난해 봄에 소셜미디어에서 “코로나는 독감보다 덜 위험하다”는 주장을 했고, 여름쯤에는 “소독제를 체내에 주입해 치료를 할 수 있을까?”라는 발언을 해 왔다. 요즈음 미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큐아논 그룹도 결국은 인간의 역사 속 연연히 이어진 유사과학, 맹목적인 믿음의 욕망이 현 미국의 불안한 정세라는 얇은 지각을 뚫고 나온 분출물이 아닐까 한다.
국내에는 이러한 예시가 없을까? 지난해 초 모 교회에서는 소독의 명목으로 분무기로 사람들의 입에 소금물을 뿌려 오히려 코로나의 진원지가 되기도 했었다. 코로나 백신이 접종자의 DNA를 조작해 종속적인 인간을 만들어 낸다는 주장은 논의의 가치도 없다. 특정 개인의 지위와 사리사욕을 위한 거짓 이론의 생성, 근거 없는 소문의 시작, 일부 대중의 맹목적인 믿음과 추종, 지위가 있는 사람들의 동조와 그에 의한 추가 확산이 일어난다.
이 유사과학 확산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우선 의심을 하자. 그 새로운 정보의 근원지가 어디인지, 공신력 있는 기관에 의해 인정된 내용인지. 주위에 전문가가 있다면 물어보자. 그리고 당신이 막 전해 들은 뭔가 솔깃해 보이는 새로운 이론이 위의 네 가지 상황에 해당되지는 않을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2021-01-2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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