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하회 관광의 수준 높일 또 하나의 문화 자원/서동철 서울신문STV 사장

[금요칼럼] 하회 관광의 수준 높일 또 하나의 문화 자원/서동철 서울신문STV 사장

입력 2020-02-27 17:34
수정 2020-03-29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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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철 서울신문STV 사장
서동철 서울신문STV 사장
안동 하회마을을 찾아 나룻배를 타고 낙동강을 건넌 뒤 부용대에 오른 적이 있다. 강변을 내려다보니 그림처럼 고라니 한 마리가 목을 축이고 있었다. 유서 깊은 역사마을을 다시 찾은 것 자체로 즐거웠는데, 선물까지 받은 기분이었다. 이후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 하회마을 이야기가 나오면 “낙동강변에서 뛰어노는 고라니 본 사람 있나” 하고 큰소리치곤 한다.

굳이 설명한 필요도 없지만, 경북 안동 하회마을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반가(班家)의 하나인 풍산 류(柳)씨 집성촌이다. 북촌의 양진당과 남촌의 충효당을 중심으로 류씨 집안 중심의 양반가옥이 줄지어 들어서 있고 주변으로는 초가도 제법 보인다. 양반 동네의 옛모습이 잘 남아 있는 하회마을은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하회마을은 낙동강이 휘감아 도는 곳에 절묘하게 자리잡았다, 남쪽 화산 너머 병산서원은 조선시대 평생교육기관이자 정치적 공간으로 양반네 삶의 일단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하회마을과 짝을 이룬다. 뛰어난 건축적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병산서원 역시 지난해 세계문화유산에 올랐다.

지난해 하회마을을 찾은 사람이 117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올여름에는 경북도가 ‘2020 세계문화유산축전’도 벌인다니 마을을 찾는 관광객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여기에 안동시가 ‘유교 중심의 글로벌 전통문화 관광도시’로 가꾸어 2024년까지 100만명의 외국 관광객을 유치할 것이라는 소식도 있었다. 그 중심에도 하회마을이 있다.

하회에는 세계유산에 등재되고도 남을 또 하나의 문화자원이 있다. 짐작처럼 이 마을에서 전승되는 별신굿 탈놀이다. 그렇지 않아도 문화재위원회는 지난해 말 ‘한국의 탈춤’을 올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 신청 대상으로 선정했다. 탈춤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종목이 13개, 시도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종목이 4개라고 한다. 이 가운데 어떤 종목이 인류무형유산 등재 대상이 될지 아직 알려진 것이 없지만, 하회 별신굿 탈놀이가 포함될 가능성은 100%다.

개인적으로 하회 별신굿 탈놀이는 굳이 전국의 탈춤을 한데 엮어 시너지 효과를 노릴 것도 없이 단독으로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되고도 남을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탈춤의 본질은 지배계층에 대한 풍자와 해학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봉건적 신분질서가 어느 고장보다 완고한 대표적 양반마을이 탈놀이의 본산으로 자리잡은 것은 매우 흥미롭다.

가면 축제는 전 세계적으로 분포한다. 하회탈춤에도 보이는 일종의 ‘거꾸로 타임’이 이런 축제의 핵심이다. 석가모니 생전 인도에도 비슷한 축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법구경’을 해설한 책에서도 읽은 적이 있다. 피지배층에게 억눌린 감정을 발산할 기회를 주지 않으면 사회적 불안이 심화된다는 경험을 축적한 지배층이 고안한 ‘안전장치’다. 피지배층이 주체가 된 놀이처럼 보이지만, 지배층이 조종하는 ‘바보들의 축제’(Feast of Fools)라는 것이다. 신분질서가 강력하게 작동하는 사회일수록 안전장치의 필요성도 커졌을 것이다. 하회가 그렇다.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탈춤은 대부분 상업이 발전한 도시이거나, 도시의 상업지역에서 번성했다. 송파·양주 산대놀이와 동래·수영 야류, 통영·고성·가산 오광대가 그렇고, 북한 지역 봉산·강령·은율 탈춤이 그렇다. 농업지역 양반마을의 하회 탈놀이는 뚜렷한 예외다. 그 자체로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될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양반마을이 중요한 관광자원이고, 탈놀이 역시 중요한 관광자원이다.

‘양반마을에서 벌어진 가면축제의 의미’도 못지않게 중요한 관광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하회 관광의 수준도 한 단계 높아질 것이라 믿는다.
2020-02-28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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