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업할 때 몇 가지 고민을 했다. 그중에는 부패, 잘못된 관행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직면했을 때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굴복하고 타협할 것인가, 저항하고 투쟁할 것인가? 고민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어서 그냥 우리 사회를 믿어 보기로 했다.
2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돌이켜 보면 그 믿음은 어느 정도 보답을 받은 듯하다. ‘인사 좀 하라’는 정도의 이야기는 들어봤으나 그에 응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큰 불이익을 겪지도 않았다. 물론 일이 아주 어렵게 풀린 경우는 있었다. 아마도 그것이 불이익이었는지는 모르나 적어도 하려던 일을 끝내 못한 경우는 없었다. 운도 좋았겠지만, 우리 사회가 많은 발전을 한 결과인 것으로 믿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발전은커녕, 오히려 퇴보하는 것도 있다. 바로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저작권은 발주처에 귀속된다’는 문구가 아직도 비 온 후 잡초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뜻밖에도 민간 기업보다 오히려 공공기관의 갈 길이 더 멀다. 물론 이 문구는 엄연히 저작권법 위반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9년 5월 27일자 보도 자료를 통해 이 문구가 무효라는 것을 밝힌 바 있다. 이 문구가 들어간 계약서에 쌍방이 날인해도 효력이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관행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실제로 이 문제에 대해 항의한 경험이 있다. 당시 좀 엉뚱한 답변을 들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홍보, 출판 등의 필요가 발생하는데 그때마다 매번 동의를 구할 수 없어서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저작권에 대한 이해가 완전히 잘못된 경우다. 그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문구를 별도로 삽입함으로써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또 다른 문제는 완성된 건물의 설계자를 밝히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답변도 놀라운 것이었다. 왜 공공기관이 민간 기업을 홍보해 주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사실 관계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홍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지식정보사회, 그리고 창의적인 사회의 근간은 지적재산권이다. 이 개념이 없다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고도의 문명사회는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사회의 핵심 가치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심지어 특허보다 저작권을 더 오랫동안 인정해주는 것은 창작의 가치를 그만큼 높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검사의 영장까지 동원하는 단속을 통해 국내외 소프트웨어 회사의 저작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것이다. 글이나 음원, 영상 등에 대해서도 높은 수준의 제도적 보호 장치와 이를 어기는 경우에 대한 심각한 처벌이 존재한다. 건축 저작권이 절대 그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런데 이를 선도해야 할 공공기관이 오히려 그 법과 제도를 따르지 않는 것이다.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누군가가 이 글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또 다른 글을 써 주기 바란다. 저작권법과 공정위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압도적 지위를 이용해 창작자의 저작권을 발주처에 귀속시킴으로써 얻는 대한민국의 이익이 무엇인지 밝혀 주기 바란다. 이 끈질긴 관행 뒤에는 명백하게 정립된 입장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존재하는 입장이라면 문장을 통해 밝혀져야 한다. 만약 공개할 수 없는 입장이라면 그것은 그 입장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잘못에 근거한 관행도 당연히 중지해야 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앞으로의 선거에서는 후보자들이 이 문제를 철저하게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는 모습을 보고 싶다.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수많은 창작인들과 함께 유쾌한 저작권 보호 동영상을 찍는 최초의 대한민국 정치인은 누구일 것인가?
황두진 건축가
그런데 발전은커녕, 오히려 퇴보하는 것도 있다. 바로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저작권은 발주처에 귀속된다’는 문구가 아직도 비 온 후 잡초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뜻밖에도 민간 기업보다 오히려 공공기관의 갈 길이 더 멀다. 물론 이 문구는 엄연히 저작권법 위반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9년 5월 27일자 보도 자료를 통해 이 문구가 무효라는 것을 밝힌 바 있다. 이 문구가 들어간 계약서에 쌍방이 날인해도 효력이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관행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실제로 이 문제에 대해 항의한 경험이 있다. 당시 좀 엉뚱한 답변을 들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홍보, 출판 등의 필요가 발생하는데 그때마다 매번 동의를 구할 수 없어서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저작권에 대한 이해가 완전히 잘못된 경우다. 그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문구를 별도로 삽입함으로써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또 다른 문제는 완성된 건물의 설계자를 밝히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답변도 놀라운 것이었다. 왜 공공기관이 민간 기업을 홍보해 주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사실 관계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홍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지식정보사회, 그리고 창의적인 사회의 근간은 지적재산권이다. 이 개념이 없다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고도의 문명사회는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사회의 핵심 가치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심지어 특허보다 저작권을 더 오랫동안 인정해주는 것은 창작의 가치를 그만큼 높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검사의 영장까지 동원하는 단속을 통해 국내외 소프트웨어 회사의 저작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것이다. 글이나 음원, 영상 등에 대해서도 높은 수준의 제도적 보호 장치와 이를 어기는 경우에 대한 심각한 처벌이 존재한다. 건축 저작권이 절대 그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런데 이를 선도해야 할 공공기관이 오히려 그 법과 제도를 따르지 않는 것이다.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누군가가 이 글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또 다른 글을 써 주기 바란다. 저작권법과 공정위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압도적 지위를 이용해 창작자의 저작권을 발주처에 귀속시킴으로써 얻는 대한민국의 이익이 무엇인지 밝혀 주기 바란다. 이 끈질긴 관행 뒤에는 명백하게 정립된 입장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존재하는 입장이라면 문장을 통해 밝혀져야 한다. 만약 공개할 수 없는 입장이라면 그것은 그 입장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잘못에 근거한 관행도 당연히 중지해야 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앞으로의 선거에서는 후보자들이 이 문제를 철저하게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는 모습을 보고 싶다.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수많은 창작인들과 함께 유쾌한 저작권 보호 동영상을 찍는 최초의 대한민국 정치인은 누구일 것인가?
2018-08-3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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