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파주 수장고’ 새로운 명물이 되려면/서동철 서울신문STV 사장

[금요칼럼] ‘파주 수장고’ 새로운 명물이 되려면/서동철 서울신문STV 사장

입력 2018-08-09 17:22
수정 2018-08-1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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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북부 지역에 살다 보니 커피 한잔이 생각날 때도 자유로를 타고 헤이리마을을 찾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 길에서 쌓은 기억도 적지 않다. 어느 봄날 밤 자유로를 달리다 보니 임진강 너머 북쪽이 환해지는 것이었다. 개성 하늘의 불꽃놀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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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철 서울신문STV 사장
서동철 서울신문STV 사장
4월 15일의 불꽃놀이는 나 같은 ‘남쪽 주민’에게는 느닷없는 일이다. 하지만 곧 북쪽에서 ‘태양절’이라는 이름으로 경축하고 있음을 곧 떠올릴 수 있었다. 이렇듯 임진강 주변은 남북의 이질감이 맞부딪치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지난달에는 국립민속박물관이 통일동산의 헤이리마을 이웃에 개방형 수장고와 정보센터를 세우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소장 유물이 16만점을 넘어서면서 새로운 수장고를 마련하는 것이 불가피한데 단순히 보관을 넘어 전시, 교육, 체험을 아우르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파주 수장고는 경복궁을 떠나야 하는 민속박물관의 ‘고심의 산물’이다. 새로운 박물관 부지는 넓을수록 좋지만, 이전 대상지로 떠올랐던 용산 부지는 그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그러니 야외 전시 및 교육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민속박물관의 논리는 설득력이 있었다.

그런데 문화체육관광부는 얼마 전 용산 부지에는 국립문학관을 세우고, 민속박물관은 세종시로 옮긴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물론 민속박물관의 세종시 이전 계획은 민속학계의 반발에 부딪치면서 진전이 더딘 듯 보이기는 한다.

별도 수장 공간이란 부지가 좁은 ‘도심형 박물관’을 보완하는 개념이다. 넓은 땅을 쓸 수 있는 세종시로 간다면 불필요하다. 그러니 서울에 있는 것이 옳은지, 세종시로 가는 것이 옳은지를 따지는 것과는 별개로 박물관 입지를 먼저 확정하고 파주 수장고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 순서다. 파주 수장고는 2020년 준공을 목표로 이미 사업에 들어갔다. 사업비는 467억원이나 들어간다고 한다. 순서가 뒤바뀐 사업 추진의 불안감은 적지 않다.

민속박물관에는 애정만큼이나 아쉬움도 있다. 좁은 ‘민속’의 의미에 갇혀 훨씬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국내 유일의 국립민속생활사박물관’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런 표현에 걸맞은 사회적 역할에는 소극적이다.

연장선상에서 파주 수장고를 계획하면서 통일동산이라는 입지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 무엇보다 남북 정상회담으로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마당에 북한을 마주 보는 임진강변의 통일동산에 일종의 분관을 세우면서 북한 민속 연구와 남북 민속 문화 교류를 염두에 둔 기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파주 수장고의 기능은 기존 계획과 크게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전시·교육·체험 기능을 북한 민속 이해와 남북 문화의 동질성 회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어떨까 싶다. 경복궁 민속박물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북한의 유·무형 민속문화를 집중 전시하고 체험토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름도 ‘남북민속문화교류센터’쯤으로 바꾸길 권고한다. 그래야 민속박물관이 서울에 남든, 세종시로 가든 어떤 상황에서도 위상이 흔들리지 않는다. ‘센터’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과 단위 이상의 조직을 신설하는 것은 필수다.

엊그제 파주 수장고 부지 주변을 둘러봤다. 한 해 1000만명이 찾는 헤이리마을과 맞붙어 있는 공사 현장을 보면서 경복궁의 민속박물관보다 오히려 더 많은 관람객이 찾을 수도 있는 잠재력이 있겠다 싶었다. 그러려면 아예 담장을 쌓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어디서부터 헤이리마을이고 어디서부터 민속박물관인지 구별할 수 없을 만큼 소통을 극대화하도록 동선을 설계하기 바란다. 잘만 하면 경기 북부를 대표하는 명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18-08-1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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