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 전북대 과학학과 교수
이번 주 코로나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비대면 방식을 연장한다는 통지를 받았다.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아 마음이 급하다. 강의 내용은 물론 콘텐츠 제작의 기술적 요소도 보완해야 하고 과제나 토론, 발표 등 학생 활동 지도와 평가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몇 년 전부터 대학에서는 동영상 녹화 방식의 온라인 교육이 시도됐지만 그 비율은 매우 낮았다. 설비 부족, 카메라 울렁증, 동영상 제작에 드는 추가 시간과 노력 등 이유는 많았다. 정해진 시간에 강의실에 앉아 있어야 하는 것 외에 별다른 매력이 없었던지 학생들 요구도 크지 않았다. 멀게는 ‘정보화 사회’, 가깝게는 ‘4차 산업혁명’ 담론에서 말하던 미래 교육에 가까운 모습인데 왜 이 방식에 대한 수요가 없었을까?
그러다 깨달았다. 지금까지 비대면 교육은 교육 내용은 그대로 둔 채 그저 칠판을 동영상으로, 강의실을 사이버 공간으로 대체했을 뿐이었다. 그러니 아무 때나 접속해 업로드된 동영상을 시청하면 수강이 완성되는 학생들이 ‘출석 체크를 어떻게 하느냐’고 묻고 교수들은 시험을 못 보면 어떻게 해야 공정한 평가가 될지 고민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담론에서는 주입식 교육 대신 문제해결 능력과 융합적 사고 능력을 키우는 것이 강조됐다. 사이버 강의, 코딩 교육, 프로젝트 수행은 이를 위한 기술 수단이나 방법이다. 문제해결 능력이란 정답이 있는 연습문제 풀이 능력이 아니다.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내고 그것을 현실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말한다. 그래야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표준화된 교재의 내용을 설명하는 강의가 필요하면 수준별로 표준화된 콘텐츠를 고품질로 만들어 온라인에 업로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교수는 학생들이 새로운 문제를 만들고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돕고 그에 필요한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코치 역할을 한다.
코로나19 이후 학교가 ‘정상’이 돼도 모든 것이 전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강의실의 문제가 무엇인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강의 콘텐츠를 녹음할 때 나를 괴롭혔던 목소리 톤과 어눌한 말투보다 더 필요한 것은 코치 역할을 잘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번 학기를 출발점으로 삼고 내 동료들과 함께 필요한 공부를 시작해야겠다.
2020-04-07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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