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입시철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우리 교육 현실을 다시 돌아보곤 한다. 특히 지난 2년여 동안 ‘4차 산업혁명’이 불러올 기술 변화와 사회 변화에 대한 논의가 많았는데 그에 대비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도 생각해야 한다.
비슷한 예를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19세기 2차 산업혁명기에도 교육이 새로운 산업에 적응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2차 산업혁명의 중심 분야는 전기와 화학산업이었다.
영국에서는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엔지니어들이 초기 전기산업을 주도했다. 이들은 공대 출신 엔지니어가 실무에 어두울 것이라 판단하고 도제식 훈련을 받은 현장 경험이 풍부한 엔지니어를 선호했다. 이런 산업계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영국의 공대 교수들은 실험실 교육을 도입했다. 특히 런던대학의 유니버시티칼리지는 1893년 공대에 실험실을 설치했다. 공학 실험실은 현장에서 사용되는 각종 공작 기기와 도구, 테스트 기계, 발전기 등을 갖췄다. 학생들은 저학년 때 이론을 공부하고 고학년 때는 토목, 기계, 전기 중 한 분야를 골라 집중적으로 실험실 경험을 쌓았다. 이러한 교육으로 대학 출신 엔지니어들은 도제 방식으로 훈련받은 엔지니어 못지않은 실무 능력을 갖추고 이론을 활용한 기술문제 해결에서도 경쟁력을 갖게 됐다.
독일은 이론에 기반한 체계적인 물질합성에 성공함으로써 화학산업의 선진국이 되었다. 화학자 유스투스 폰 리비히는 기센대학에서 실험 중심의 화학교육을 확립했다. 당시 실험실은 교수의 연구만을 위한 공간이었지만 리비히는 교육용 실험실을 열고 학생들에게 실험을 통한 학습 기회를 주었다. 학생들은 실제 화학 분석을 하면서 성분 분석과 화학 반응 지식을 얻었고 화학문헌 활용법도 익혔다. 이런 교육을 받은 졸업생들은 독일의 여러 기업 연구소에 진출해 새로운 물질들을 합성해 냈다. 화학산업은 독일을 유럽의 산업 강국으로 올려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실험실 교육으로 이론과 현장 실무를 결합했다는 것이다. 전기산업과 화학산업은 우연한 발명과 축적된 현장 경험에서 나온 기술들이 주도했던 1차 산업혁명과 달리 이론에 기반을 둔 기술 개발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술이 어떤 특성을 갖는지 생각하고 이를 교육에 반영해야 한다. 그중 하나는 기술 문제를 발굴하고 설정하는 능력이다. 4차 산업혁명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합의되었지만 구체적으로 우리가 풀어야 할 기술 문제가 무엇인지 아직 완전히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동안 익숙했던 연습문제 풀이 능력을 키우는 데 관심을 기울이는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 교육은 선진국이 이미 해결한 문제를 새롭게, 또는 빨리 푸는 능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었고 수능시험은 그 결정판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선진국과 겨루려면 우리 스스로 문제를 설정해야 한다. 선진국이라 해도 아직 문제를 발굴하는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교육개혁 논의에서 자주 거론되는 코딩, 빅데이터 분석, 프로젝트 수행 등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문제 발굴보다는 설정된 문제를 해결할 때 활용가능한 수단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이은경 전북대 과학학과 교수
영국에서는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엔지니어들이 초기 전기산업을 주도했다. 이들은 공대 출신 엔지니어가 실무에 어두울 것이라 판단하고 도제식 훈련을 받은 현장 경험이 풍부한 엔지니어를 선호했다. 이런 산업계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영국의 공대 교수들은 실험실 교육을 도입했다. 특히 런던대학의 유니버시티칼리지는 1893년 공대에 실험실을 설치했다. 공학 실험실은 현장에서 사용되는 각종 공작 기기와 도구, 테스트 기계, 발전기 등을 갖췄다. 학생들은 저학년 때 이론을 공부하고 고학년 때는 토목, 기계, 전기 중 한 분야를 골라 집중적으로 실험실 경험을 쌓았다. 이러한 교육으로 대학 출신 엔지니어들은 도제 방식으로 훈련받은 엔지니어 못지않은 실무 능력을 갖추고 이론을 활용한 기술문제 해결에서도 경쟁력을 갖게 됐다.
독일은 이론에 기반한 체계적인 물질합성에 성공함으로써 화학산업의 선진국이 되었다. 화학자 유스투스 폰 리비히는 기센대학에서 실험 중심의 화학교육을 확립했다. 당시 실험실은 교수의 연구만을 위한 공간이었지만 리비히는 교육용 실험실을 열고 학생들에게 실험을 통한 학습 기회를 주었다. 학생들은 실제 화학 분석을 하면서 성분 분석과 화학 반응 지식을 얻었고 화학문헌 활용법도 익혔다. 이런 교육을 받은 졸업생들은 독일의 여러 기업 연구소에 진출해 새로운 물질들을 합성해 냈다. 화학산업은 독일을 유럽의 산업 강국으로 올려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실험실 교육으로 이론과 현장 실무를 결합했다는 것이다. 전기산업과 화학산업은 우연한 발명과 축적된 현장 경험에서 나온 기술들이 주도했던 1차 산업혁명과 달리 이론에 기반을 둔 기술 개발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술이 어떤 특성을 갖는지 생각하고 이를 교육에 반영해야 한다. 그중 하나는 기술 문제를 발굴하고 설정하는 능력이다. 4차 산업혁명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합의되었지만 구체적으로 우리가 풀어야 할 기술 문제가 무엇인지 아직 완전히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동안 익숙했던 연습문제 풀이 능력을 키우는 데 관심을 기울이는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 교육은 선진국이 이미 해결한 문제를 새롭게, 또는 빨리 푸는 능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었고 수능시험은 그 결정판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선진국과 겨루려면 우리 스스로 문제를 설정해야 한다. 선진국이라 해도 아직 문제를 발굴하는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교육개혁 논의에서 자주 거론되는 코딩, 빅데이터 분석, 프로젝트 수행 등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문제 발굴보다는 설정된 문제를 해결할 때 활용가능한 수단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2018-11-1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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